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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오줌 테러, 집사는 백기를 든다

 

[노트펫] 달이가 수상하게 앞발 하나를 들고 바닥을 박박 긁었다.

 

응당 모래 긁히는 소리가 나야 하건만 소리가 들려온 것은 책상 아래쪽에서였다.

 

집사의 ‘촉’이 발동하여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닥이 오줌 바다가 됐다.

 

난데없는 오줌 테러라니! 황당한 눈으로 달이를 쳐다봤다.

 

"달! 뭐하는 거야? 아기도 아니고, 다 큰 고양이가!"

 

달이에게 오줌을 가리키며 훈계를 했지만 달이는 그 예쁘고 큰 눈을 꿈벅이며 나를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쩔 수 없이 쭈그리고 앉아 오줌을 닦고, 소독을 하고 천천히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오줌 테러의 원인은 생각보다 금방 발견됐다.

 

우리 집에는 실내 화장실이 두 개, 베란다 화장실이 한 개 있는데 달이는 주로 베란다에 있는 큰 평판 화장실을 사용한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주변이 막혀 있는 실내 화장실과 달리 베란다 화장실은 사방이 모두 뚫려 있다.

 

그런데 어젯밤에 깜빡 하고 베란다 문을 모두 닫아놓고 잠들었던 것이다.

 

베란다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있는 화장실도 사용하기 싫은 달이가 책상 밑을 자기만의 화장실로 지정한 모양이었다.

 

그래, 누굴 탓하랴. 화장실 가는 길을 의도치 않게 차단한 꼴이니 달이는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뒤로 베란다 문을 신경 써서 열어두었는데 얼마 전 또 한 번의 오줌 테러가 있었다.

 

베란다 문이 열려 있기는 했는데 달이가 지나갈 만큼 충분히 열려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달이가 또 책상 밑 자체 화장실을 사용해 버린 것이다.

 

이번엔 달이의 귀차니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베란다까지 가기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겠지?

 

닫혀 있는 베란다 문을 제 발로 여는 것도 분명히 본 적이 있는데!

 

아니, 정 뭐하면 실내 화장실도 한 번쯤 써줄 수도 있잖아! 달이는 여전히 내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자리가 달이의 화장실로 굳어버리기 전에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오줌을 깨끗히 닦고 소독한 다음 밥그릇 하나를 책상 밑으로 옮겼다.

 

고양이는 밥자리와 화장실 자리를 구분하기 때문에 밥그릇 근처에서는 볼일을 보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달이는 방금 자기가 오줌을 눈 자리라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또 그 자리에서 밥을 잘 먹었다.

 

"알겠지? 여기는 화장실이 아니라 밥 먹는 곳이야."

 

잘 알아듣도록 타이르고 그 뒤로 얼마간 방심했는데, 3박 4일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달이는 보란 듯이 그 밥그릇 옆에 또 오줌을 싸놓았다.

 

여행 기간 동안에는 지인이 집에 들러 고양이들을 챙겨주었는데 달이의 화장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세심한 집사의 노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난 조만간 그 자리에 밥그릇이 아니라 고양이들이 질색하는 귤 바구니를 놓아야겠다고 혼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실 고양이의 오줌 테러를 해결하는 데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화장실을 쓰지 않는 이유를 해결해주는 수밖에.

 

모래 종류가 만족스럽지 않거나(보통은 벤토를 선호하는 편), 화장실이 청결하지 않거나, 화장실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양이는 엉뚱한 곳에 볼일을 보기도 한다.

 

달이가 실내 화장실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마 화장실의 종류와 위치 때문인 것 같았다.

 

 

달이가 또 다른 방바닥을 화장실로 찜하기 전에, 결국 이번 주말에 실내에 놓을 만한 또 다른 새 화장실을 사기로 했다.

 

6kg의 고양이가 쾌적하게 쓸 수 있는 크고 넓은 화장실이면 달이님도 만족하시겠지…….

 

고양이를 바꿔놓을 수 없으니 집사는 재빨리 백기를 들고 집안 구조를 수정할 따름이다. 더 이상의 오줌 테러는 정말 사양하고 싶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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