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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앞발 성애자의 최종 목표

 

[노트펫] 얼마 전 오랜 만에 만난 친구가 코 수술을 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눈썰미가 좋지 않아 말하지 않으면 모를 뻔했지만, 본인 스스로 변화에 만족하는 것 같아 괜히 더 예뻐진 것도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의 외모에 특별히 자신 있는 부분도, 특별히 심한 콤플렉스도 없는 편이다. 물론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굳이 나의 못난 점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웬만하면 모른 척하려 한다.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봐야 볼 수 있는 얼굴과 달리, 훨씬 더 자주 내 시야 안에 들어오는 신체 부위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바로 손이다. 드라마만 봐도 여주인공들의 손은 어쩜 그리 곱고 예쁜지, 길고 가느다랗게 뻗은 손가락에 저절로 시선이 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손가락이 굵은 편이라 친구들이 끼는 반지를 손가락에 넣어 봐도 잘 맞지 않았다. 손가락이 얇고 긴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그 손가락으로 피아노라도 치면 세상에서 가장 예뻐 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보다 더 예뻐 보이는 손이 생겼다. 바로 고양이 앞발. 손처럼 움직이는 그 보들보들한 앞발을 보면 크기 불문하고 귀여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이가 어렸을 때는 몸집이 워낙 작아서 앞발이 내 손가락만 했다.

 

 

발라당 누운 채 그 솜처럼 부드러운 앞발을 내밀어 내 손가락을 잡아갈 땐 아기 손에 손가락을 잡힐 때처럼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서 물면 아프지만.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베란다 쪽 문은 웬만하면 닫아놓는다. 안방 창문이 베란다와 연결되어 있는데, 거실 문을 통해 베란다에 들어간 고양이들이 자꾸 안방 창문으로 나오려고 한다. 반대로 안방 창문을 열어놓고 거실 문을 닫아 놓으면, 꼭 닫힌 거실 문으로 나오겠다고 그 앞에서 야옹거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안방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는지 제이가 앞발을 쑥 내밀더니 혼자서 창문을 비집고 여는 모습을 목격했다. 강아지를 15년 넘게 키웠던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새삼 놀라게 되는 모습이다.

 

강아지는 아무리 눈치가 빠르고 말귀를 알아 들어도 앞발을 손처럼 쓰진 않으니까. 얘네 정말 사람인가? 앞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이 영특한 동물을 보고 있으면 정말 반쯤은 사람인 게 아닌지 궁금해진다. 자기들끼리 싸울 때도 그 똑똑한 앞발로 스펙타클한 게 문제지만.

 

요즘 전기장판 켜진 침대에 붙박이처럼 누워 있는 제이에게 다가가면 괜히 분홍색 젤리를 쿡 눌러보게 된다. 제이는 귀찮은 듯 발을 꼼지락거리며 움츠리는데 그게 또 귀여워서 발을 쓰다듬어 본다.

 

 

양말을 신은 것처럼 동그란 앞발 사이사이에 투명한 발톱이 숨겨져 있다. 어릴 땐 시도때도 없이 발톱을 세우더니 이제는 발톱 숨기는 법도 아는 기특한 성묘가 됐다.

 

사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이 발을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발을 잡으면 쏙 빼가거나, 가끔은 싫다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걸 보면 고양이 앞발에 무슨 중독성이라도 있는 걸까?

 

사실 고양이 앞발도 귀엽지만 강아지 앞발도, 사자, 호랑이 앞발도 귀엽다. 오죽 귀여우면 발에 관련된 별명도 그리 많겠는가. 찹쌀떡, (색깔별)젤리, 양말, 솜방망이…….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있다면, 좀 변태 같지만 언젠가 호랑이 앞발도 한번 쓰다듬어보고 싶다. 내 손가락은 얇아졌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 고양잇과 동물의 앞발은 크고 두꺼울수록 매력적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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