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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치타가 흰개미 집에다 오줌테러하는 이유

고양이와 빅캣 그리고 흰개미의 관계

 

[노트펫] 고양이들은 수 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몸에는 여전히 야생의 본능이나 습관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고양이가 그런 모든 것을 버렸다면 그것은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처럼 생긴 봉제인형에 불과할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동물이다. 고양이 특유의 매력은 야생의 본능과 관계가 있다. 약간의 쌀쌀함 그리고 냉정함 등이 그런 예일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애묘가(愛猫家)라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게 있다. 영역표시 본능이다.

 

영미의 애묘가들은 수컷 고양이가 집에서 하는 영역표시를 스프레이 마킹(spray marking) 혹은 스프레이 유리네이팅(spray urinating)이라 한다.

 

용어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스프레이 마킹을 가르쳐 준 사람은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미국인 애묘가였다. 그는 자신의 집안 곳곳에서 나는 고양이 냄새의 원인을 스프레이 마킹 때문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의 수컷 고양이들은 자기 소변을 이용하여 집 안팎에 흔적을 뿌려 놓았다. 이런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영역표시 장소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된 공간이다. 주택 내부나 외부에는 그런 수직적인 모양을 한 곳이 있다. 탁자나 책상의 다리 밑이나 옷장의 한쪽 끝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마땅한 곳이 없을 경우, 고양이는 벽에 소변을 뿌릴 수도 있다.

 

스프레이를 할 장소를 포착하면 고양이는 자신의 꼬리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이 소변을 뒤로 분사시킨다. 고양이가 뿌리는 소변의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냄새는 지독하다. 이렇게 고양이가 소변으로 스프레이를 하면 그곳의 지린내는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리고 냄새가 없어질 무렵 고양이는 잊지 않고 다시 소변을 뿌려준다.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자신의 체취가 항상 나게 만든다.

 

스프레이 마킹을 하고 있는 수컷 치타, 2017년 11월 테네시주 멤피스동물원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은 고양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덩치 큰 야생고양이도 같기 때문이다. 빅캣(big cat)들이 스프레이 마킹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는 내 땅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고양이를 포함한 고양잇과동물은 글을 쓰고 읽을 수 없다. SNS도 못한다. 그러니 경고장을 만드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진한 냄새가 나는 소변을 영역 곳곳에 뿌려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가 희미해지면 다시 그곳에 스프레이 마킹을 하면 된다.

 

그런데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의 경우, 빅 캣들이 영역 표시를 할 나무가 별로 없다. 들판에 풀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는 나무가 아닌 다른 수직적인 물체가 있다. 그리고 빅 캣들은 그 물체를 찾아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한다.

 

빅캣들에게 영역표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대자연의 위대한 분해자 중에 하나인 흰개미(termite)다. 바퀴벌레(roach)의 가까운 친척인 흰개미는 죽은 나무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획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죽은 나무의 성분은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흰개미들은 분해 못지않게 건축에도 소질을 가지고 있다. 초원 곳곳에는 흰개미들이 지은 아파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수십만 흰개미가 사는 거대 아파트들은 사람 키보다 높이가 높다. 그 정도 같으면 빅캣들의 오줌테러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렇게 흰개미들은 빅 캣들에게 필요한 영역 표시 공간을 수 만년 이상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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