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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안내견을 위한 쉼터

[노트펫] 2018년 미국 중부의 여름은 연일 기록적인 무더위를 남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5월부터 섭씨 40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기온은 7월 중순부터 급격히 기세가 떨어졌다. 7월 하순부터는 한국 가을 수준이 되고 말았다. 아침만 되면 점퍼를 입지 않고서는 외출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는 비단 중부 지역만의 날씨가 아니었다.

 

텍사스는 멕시코와 국경을 닿을 정도로 남쪽에 있다. 그래서 7월말 텍사스로 여행을 가면서도 그곳의 더위를 걱정하며 내려갔다. 하지만 텍사스도 중부와 같았다. 3박4일 동안 있었던 댈러스도 아침이면 추워서 점퍼를 입어야 했다.

 

물론 오후가 되면 약간의 더위를 느꼈지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유명한 텍사스의 더위를 느낄 수 없어서 약간 아쉬웠다. 물론 댈러스가 텍사스에서는 북부에 속해서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기 위해 댈러스공항으로 갔다. 전 세계 공항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댈러스공항은 더 했다. 많은 짐을 부치고, 수속을 마친 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때서야 공항의 각종 시설과 면세점 그리고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서비스 도그(service dog) 표시를 한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 한 마리와 서비스 도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보였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는 것 같아 보였다.

 

서비스 도그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2018년 8월 댈러스공항에서 촬영

 

서비스 도그의 주인은 마침 지나가던 공항직원을 만나 무엇인가를 열심히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더니 즐거운 표정을 하고 그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그들이 들어간 곳으로 가보았다. 안내문은 서비스 도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서비스 도그는 개로 취급 받지 않고 사람으로 대우를 받는다. 대우의 격이 다른 셈이다. 비록 개들이 출입 못하는 공간이라고 해도 주인과 함께라면 서비스 도그는 출입할 수 있다. 서비스 도그는 그들이 안내하는 장애인의 눈이 되고, 발이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도그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지 않고 자신이 도와줘야 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사람의 글로는 매우 쉽게 적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개라는 동물은 본능에 충실한 법이므로 이런 훈련은 개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훈련을 거쳤어도 서비스 도그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이 되면 생리적인 요구는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약간의 휴식도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의 대규모 공공시설 곳곳에는 서비스 도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가 존재한다.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서비스 도그가 불편을 느끼면 그 영향은 사람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서비스 도그를 공항에서 본 것은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지금도 남아있다.

 

개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개가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사람과 개는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알려주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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