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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숍 24시] 개 찾아주니 오리발

 

[노트펫] 지금 우리 가게 앞에도 전단지가 하나 붙어 있다. 모월모일모시 이런저런 강아지를 잃어 버렸다는 내용이다. 개를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그만큼 개를 잃어 버렸다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나처럼 이쪽에 일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전단지에도 트렌드가 있다면 믿으실까. 최근 전단지의 트렌드라면 사례금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몇년 전까지 '잃어 버렸습니다. 사례하겠습니다'가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요새는 사례금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찾는 입장에서 그만큼 개를 사랑하고 있고, 꼭 찾아야 겠으며, 몇 시간이라도 더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서이리라. 개를 정말 가족으로 키우고 있으니 반갑기만 하다.

 

그런데 사례금 이것이 참 묘하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 딱 그 짝이다. 

 

중학생 몇몇이서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길에서 어찌어찌 헤매는 것을 보고 주인을 찾아 달라고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 개를 살펴 봤더니 엇, 몸값이 50만원이 붙은 귀하신몸이었다.

 

동네에서 개를 잃어 버렸을 경우 대개는 사례금으로 5만원에서 10만원 가량. 많아도 30만원 정도면 서로 웃고 헤어진다. 그런데 50만원이라니. 대체 얼마나 소중했길래. 어쨌거나 나는 "너희들 되게 좋겠다. 50만원 생기면 뭐할래"하고 다소 부럽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며칠 후 그 때 왔던 한 학생을 우연히 만나 후일담을 듣게 됐다. 사례금을 못 받았다는 거였다. 주인과 연락이 닿아서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주인 양반이 그냥 데리고 가버리더란다. 50만원 왜 안주냐고 따지기도 뭣하고, 닭쫓던 개가 됐더란다.

 

개나 고양이가 아닌 다른 물건을 찾아서 주인에게 돌려줄 때도 사례금을 반드시 받지는 못하잖아. 하지만 사례금 50만원을 주겠다고 해놓고선 입을 싹 씻다니 이건 쫌. 그저 빨리 찾으려는 생각에 거짓으로 사례금을 건 것밖에는 안되잖는가. 

 

아마 개 주인은 개를 다신 못볼 줄 알고 급한 마음에 거금을 걸었는데 막상 찾고 보니 별거 아니잖아, 그래서 돈이 아깝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런 인간다운 너무나 인간다운 마음도 이해는 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그 중학생들은 개를 못본 체할 수도 있다. 또다른 개를 잃어 버린 이들이 개를 못 찾을 수도 있는 거다. 돌아 다니는 개가 안타까와 보이기는 하지만 구태여 그 개를 보호하고 주인까지 찾아 주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요. 

 

거금을 건다고 해서 반드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사례금은 적절한 선에서 제시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사례금이라는 것이 '좀 더 크게 눈을 떠주세요'하는 차원에서 내건 것이니. 오히려 사례금이 거금이 되면 개를 돌려 주고 돌려 받는 과정에서 성질 버리는 수가 있다. 옛날 말로 개꼴 되는 거다.

 

말이 나온 김에 개를 잃어 버렸을 때는 어찌해야 할까. 사실 이것은 개를 두고 튀는 이들을 잡을 때도 유용한 방법이다. 동네에서 개를 잃어 버렸고 개를 본 사람들을 찾는다면 항상 어떤 특정자리를 사수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여쭤 보는게 좋다.

 

슈퍼 아줌마·아저씨, 편의점 알바, 경비 아저씨, 청소 하시는 분들 등등. 이분들 눈썰미 보통이 아니다. 동네에서 잃어 버린 경우라면 이 분들에게만 여쭤 봐도 찾을 확률이 엄청 높아진다. 평소에 잘 해드리자.  [글쓴이/ 전광식 전 하안애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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