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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턱에 생긴 까만 참깨 '턱드름'

 

[노트펫]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을 매일 쓰다듬고 빗질하고 어루만지며 뽀뽀를 해주는데도 막상 턱 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미처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잠들어 있는 제이의 분홍색 젤리를 톡톡 만져보다가 불현듯 싸한 느낌이 들어 제이의 얼굴을 붙잡고 턱을 들여다봤다.

 

갑자기 내 손에 포박된 제이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뱉었지만, 역시나. 왠지 거뭇거뭇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제이의 턱에 까만 깨 같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턱드름’이었다. 미관상 좋지 않긴 해도 증상 자체가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없애기가 어렵다고 꽤 악명이 높았다.

 

턱드름은 마치 블랙헤드처럼 생긴 까만 피지 덩어리인데, 손으로 떼면 떨어지지만 그렇게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턱드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흔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사료나 밥그릇이다. 그릇의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릇은 수염이 닿지 않을 정도로 넓은 것, 그리고 깨끗한 것이 좋다. 턱에 묻는 기름이 모공을 막으며 여드름을 발생시키게 되고, 턱 밑은 고양이가 스스로 그루밍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더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스테인리스 그릇과 도자기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더 자주 설거지를 해줘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턱드름의 원인으로는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호르몬 문제, 안 맞는 사료, 체질적인 이유 등이 있을 수 있다.

 

혹시나 해서 아리의 얼굴도 살펴봤는데 다행히 아리는 괜찮았다. 턱드름은 환경 문제도 있지만 각자의 체질에 따라 다르기도 해서, 같은 환경에서 지내도 아리에게는 생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해결책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턱드름은 한 방에 약을 처방받아 해결되는 것이라기보다 집에서의 장기전이다.

 

-칫솔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살살 닦아내기

-약용샴푸로 씻겨주기

-무해한 구강용 소독제를 화장솜에 묻혀 닦아내기

-따뜻한 물에 적신 거즈나 온습포, 따뜻한 녹차 티백으로 모공을 열어 노폐물을 빼주기

 

몇 가지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칫솔은 잘못 쓰면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줘서 염증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착색되지 않는 반려동물 전용 소독제로 닦으며 관리해줬다.

 

다행히 몇 차례 닦아주니 효과가 있어 거뭇하게 보이는 정도는 제법 나아졌지만, 주변 환경이나 식기 위생 등은 꾸준히 신경을 써주어야 할 것 같다.

 

소독수로 한 번 닦아낸 후

 

물론 턱드름 자체는 집에서 관리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 2차적인 염증이나 피부병이 되기도 하므로 그 단계에서는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까지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조그만 동물에게도 생길 수 있는 문제나 질병은 얼마나 또 많은지.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애타는 마음으로 나는 고양이 집사라기보다 고양이 엄마가 되어 간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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