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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됐으나 갈 곳이 없다

공주. 11살의 페르시안 노묘.

 

[노트펫] 샴 고양이 초코는 쉼터에서 늘 목소리가 쉬어 있던 아이였다. 봉사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그 손길을 즐기다가, 손길을 멈추면 더 만져달라며 손을 붙잡곤 했다.

 

‘마산 꿈꾸는 쉼터’는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고양이 100여 마리가 있는 곳이다. 후원과 봉사가 있어도 100마리를 모두 치료하고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초코는 운 좋게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갔다. 하지만 아직도 초코처럼 사랑을 기다리는 85마리가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애니멀호더 사건 기억하시나요?

 

깨비. 중성화된 남아, 1세 미만 추정.

 

작년 가을 무렵, 마산 애니멀호더 사건이 크게 알려졌다. 쉼터의 주인이 고양이를 무작정 ‘수집’하는 애니멀호더였다.

 

20평 가량의 공간에 무려 100여 마리 고양이가 방치되어 있었고, 열악한 환경 탓에 사체가 부패하고 구더기가 들끓었다.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들은 그 가운데서 출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끼가 태어난다 해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최초 제보자와 동물권단체 케어, 부산동학방이 주체가 되어 기존 쉼터 주인에게 동물포기각서를 받고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6개월 내에 모든 고양이를 치료해 입양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6개월 프로젝트가 꾸려졌고, 케어에서 임대비용을 지원했다.

 

몇몇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고양이를 돌보았으나, 상시 관리자가 있는 보호소가 아니라 한시적인 쉼터이기에 기존의 열악한 환경에서 오가며 청소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치료가 필요한 구내염 고양이.

 

“처음에는 책임봉사자 혼자서 저녁에 일을 마치고 이곳에 와 쉼터 청소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워낙 많은데 좁은 공간이라 화장실이 15개밖에 없고 그것도 저녁에 한 번밖에 못 치우니 화장실에 변이 가득차고 나면 바닥이나 깔아놓은 이불에 볼일을 봐서 그걸 일일이 청소하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일마치고 9시에 여기 와서 2~3시간 말없이 청소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상황을 알게 된 몇몇 봉사자들이 도움을 주어 현재는 낮과 저녁에 각각 3, 4명의 봉사자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번갈아 들르고 있다.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고양이들이라 건강 상태가 심각한 아이들이 많은데, 케어의 후원과 모금을 받고 있지만 100여 마리 고양이들 모두에게 순서가 돌아오기는 어려웠다.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가니 이제 다가오는 10월에는 쉼터의 문을 닫아야 한다. 나머지 고양이들을 입양 보내려면 서둘러 치료부터 해야 하는데, 치료비가 부족해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치료비가 가장 시급합니다. 치료를 받아야 입양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구내염은 마리당 많게는 100만원 안팍으로 돈이 들고 퇴원 후에도 한 달 정도는 약을 먹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콩이. 중성화된 여아, 2세 전후 추정

 

치료를 받은 후 아이들이 케어 받을 수 있는 임보처도 부족하고요. 임보처를 구하지 못해 아이들이 쉼터로 다시 돌아오면 다시 다른 병들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럼 입양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멀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픈 아이들, 약 먹여야 하는 아이들을 선뜻 맡아줄 임보처도 쉽게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아도 그게 또 고민이지요.”

 

20평 남짓한 공간에 100마리가 부대껴야 했던, 심지어 기본적인 청소나 배변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겨우 구조된 아이들인데 그 앞길은 아직도 막막하다.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사실은 100여 마리의 입양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쉼터의 안타까운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곳에 남아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여전히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후원이나 입양 문의

http://cafe.naver.com/pinkh3dkd

 

박은지 객원기자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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