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칼럼 > 칼럼

[박은지의 묘생묘사] 가엾은 길고양이를 마주친 당신에게

 

확실히 예전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일까. 주변의 지인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듯한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나에게 물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나도 고양이 구조 전문가는 아닌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보면 나에게 묻게 되는 모양이다.

 

주로 ‘아기 고양이가 어미와 떨어져 울고 있다’거나, ‘고양이가 차에 치일 것처럼 길을 돌아다닌다’는 등의 사연들이다.

 

기본적으로 야생에서 살아온 고양이들이라지만, 도시화된 지역의 길 위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제대로 먹을 것도 없고, 고양이를 발로 차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고, 몇 걸음만 걸으면 어디서나 차가 쌩쌩 달린다.

 

고양이를 예쁘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위태로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시해줄 수 있는 해답은, 사실 없다.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를 요청할 만큼 다급한 상황도 아닌 이상, 길고양이는 많은 경우 위험한 길 위에서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고양이가 불쌍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방법을 물어온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고양이의 삶에 개입하려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와’라는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쪽에서도 내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알려주거나, 혹은 직접 맡아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이쪽 상황을 더 많이 알고 겪어봤기 때문에, 그 고양이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치료해야 하고, 안 아파도 접종과 중성화에도 돈이 든다. 건강한 상태라면 집에 데려와 우리 고양이들과 합사를 시켜야 하고, 그 다음에는 키우거나 입양을 보내야 한다.

 

입양을 보낼 때도 상대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내게 운명을 맡기게 된 고양이를 대신해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그런 일을 기꺼이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로서는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우리 집 제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염려되어서기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이다.

 

더 이상의 병원비를 지출하는 것은 무리인데,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도 그대로 다시 방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키울 것을 고려해 본 적도 없고,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지인에게 직접 구조하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다. 그러려면 위에 나열한 것들을 (합사 빼고) 고려해야만 하는데, 그 고양이에게 앞으로 들어갈 모든 노력과 비용을 막상 떠맡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물론 선택은 그쪽에서 하는 것이지만, '내가 꼭 이 고양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뭘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면 나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만약 ‘비용과 시간을 들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시해주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음에도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이의 항암치료를 앞두고 너무 큰 비용 때문에 고민했던 것처럼.

 

나야 이미 제이가 내 가족이었으니 결국 치료를 택했다지만,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가 불쌍하게 느껴졌을 뿐인데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오묘한 죄책감을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까지는 무리인데…'라는 말을 하게 만들기는 싫었다.

 

어차피 자신의 삶에 동물을 들여오는 것은 순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무조건 그 길고양이를 집에 데려오는 것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같지 않게, 오히려 그들보다 매정하게 말하고 만다.

 

‘그 고양이의 삶은 어쩔 수 없다’라고.

 

다만,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발견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어서 보이는 것이고, 애정을 담아 보니 가엾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거나 구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좀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지 않는 많은 보통 사람들의 단순한 측은지심이, 좀 더 동물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리라.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