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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내리는 산에 갇힌 조난자 10명을 구하라'

조난 등산객 10명 구조한 인명구조견 풀스토리

 

지난 11일 새벽 2시53분. 강원도 양양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제2항공대에 출동 요청이 떨어졌다.

 

강원도 인제군 방동리 방태산 아침가리골 근처에서 등산객 10명이 조난당한 것으로 보이니 구조견을 출동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나쁜 날씨 속에 조난자나 실종자가 없길 바랐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폭우 속에 야간근무를 서던 이건희 소방장. 인명구조견 죤과 즉각 짐을 꾸려 현장으로 달려갔다.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들. 오른쪽부터 지나, 죤, 마루 

 

이 소방장과 한팀인 보더콜리 죤은 2011년생으로 2015년 7월 강원도 특수구조단에 배치됐다.

 

래브라도리트리버 지나(5살 암컷), 마루(5살 수컷)와 함께 강원도 산악지역 실종 및 조난자 수색을 배치된 3마리 구조견 중 한 마리였다.

 

3마리 모두 핸들러들과 대기하지만 오전 9시 이전 접수된 신고는 2개팀이 출동하고 야간에는 당직근무를 서면서 1팀이 신고에 응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지나는 7일 오후부터 8일 오후까지 24시간 넘게 진행된 수색에 투입돼 연락이 두절됐던 30대 등산객을 구조했다.

 

출동 요청이 들어오기 하루 전인 10일 방태산 인근 지역에는 호우예비특보가 발령돼 있었다. 송모씨 등 40~50대 직장동료 10명은 이날 오전 산악트래킹을 강행했다.

 

10일 밤 10시5분께 특수구조단에 위치확인 요청이 들어왔다. 지인과 가족들이 연락이 닿지 않자 위치를 확인해달라고 신고했다.

 

방태산 약수터에 차를 주차한 뒤 2대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산에 올랐던 일행들.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배터리 소모가 많은 지역에서 휴대폰까지 방전돼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구조대는 처음에는 구조인력을 투입했다. 구조견은 실종과 조난 신고에 출동한다.

 

게다가 근처에 펜션 등 민가도 많아 어느 민가에 대피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가가 많을 경우 사람들의 체취 때문에 구조견 투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당초 구조견 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특수구조단 긴급기동팀, 인제ㆍ양양소방서 구조대, 의용소방대원 등 40여명이 투입돼 근처 민가를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자 구조단은 이들이 조난됐다고 판단, 구조견을 출동시키로 했던 것이다.

 

오른쪽부터 죤, 마루, 지나 

 

이건희 소방장과 죤이 현장까지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폭우가 내린 상황에서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계곡의 물도 불어날 대로 불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평소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등산로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라져 있었다.

 

구조대 자체의 안전까지 염려됐다.

 

그래도 조난자들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수색을 실시키로 했다. 물이 불어 위험한 곳을 피해 아침가리골 정상으로 올라간 뒤 수색을 실시했다.

 

수색은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폐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죤이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10명의 조난자들이 안절부절하면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찰과상을 입은 이도 보였다.

 

이렇게 해서 죤은 수색 2시간 30여분 만인 새벽 6시36분 수색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수색은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산악 지형인 강원도. 실종지나 조난자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 7시간에서 8시간 정도가 걸린다.

 

어떤 때는 타지역 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까지 투입하고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희 소방장은 "장마철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에 산사태, 고립사고, 조난 등이 우려되니 산행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앙119구조본부와 전국 8개 시도에서 총 26마리의 인명구조견이 활약하고 있다. 1998년 전국 최초로 강원소방본부에 인명구조견이 배치됐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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