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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로 간 수의사] '개도 안 키우는데 동물등록제가 뭔 상관이야'

 

진돗개 한 마리가 유기견으로 신고돼 내가 일하는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 녀석은 얼마 안 있어 안락사 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개들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안락사되게끔 규정돼 있다.

 

지난달 30일 이 녀석은 어린 여자아이를 심각하게 물었다. 여자아이는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녀석이 센터에 들어온 뒤 관례대로 이런저런 검사를 하려 했다. 얼마나 사나운지 마취하는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을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간신히 마취를 한 뒤 여러 검사를 하던 중 팔에 아직도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날의 상황이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다친 딸아이의 아버지가 센터를 찾아 왔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못내 미덥지 못했던 모양이다. 개주인을 찾지 못할까봐 안절부절했다.

 

이 아버지가 직접 와서 사정하고 사연을 들어보니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취 후 마이크로칩(내장칩) 등록여부를 검사했으나 마이크로칩은 시술돼 있지 않았다. 주인 찾기는 이렇게 물건너가는 듯했다.

 

다행히 목에 감겨있는 수건에 결정적 단서가 있었다.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핸드폰번호가 적혀 있었다. 딸아이의 아버지는 너무도 기뻐서 안도의 한숨을 돌린 후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사실 이것저것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 동물등록은 의무적으로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않은 이들이 꽤 많다. 

 

이런 이들도 크게 후회할 때가 있는데 바로 잃어 버렸을 때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 보호소에 맡겨 진다해도 외모가 변했기 때문에 주인을 만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동물등록 방법 중 하나인 외장칩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잊어버렸다가 큰 홍역을 치른 이들은 마이크로칩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보게 된다.

 

마이크로칩은 잃어버린 개를 몇년이 지나서 찾을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이다.

 

해외에서 종종 들려오는 몇년만의 재회는 다 주인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마이크로칩 덕분이다. 

 

이번 일은 겪으면서 느낀 것은 동물등록은 개를 키우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이 진돗개의 몸에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크게 다친 딸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 아버지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을 테다.

 

반면 개주인은 최소한 민사상 책임을 지는데 즉각적으로 "내 개요"하면서 나설 마음이 들까?

 

잊어버릴 일이 없으니, 잊어 버려도 꼭 찾을 수 있으니 동물등록은 필요없다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키우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도 동물등록은 필요하다. 그것도 마이크로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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