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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항암치료 새내기 고양이에게 닥친 뜻밖의 난관

제이는 이제 총 25주차 프로토콜 중 이제 막 1주차 치료를 시작하는 새내기 환자였다. 다행히 흉관을 삽입하고 나서 며칠이 지나자 제이는 잘 돌아다니고, 뛰기도 했다.

 

몸 안에 차고 있는 흉수를 매일매일 뽑아주니 숨이 차 호흡을 헐떡이는 증상도 상당히 나아졌다. 물론 관을 꽂고 붕대를 몸통 전체에 둘둘 감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항암 주사를 맞아야 했는데, 예방접종처럼 한 방에 따끔 맞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링거처럼 맞는 주사였다. 즉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 주사를 맞은 후에도 병원에서 어느 정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 아침 일찍 제이를 병원에 맡기고 저녁에 데리러 가 퇴원시키는 일정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중에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집에서 약을 먹었다.

 

림프종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느라 이미 입원을 너무 자주 해서, 반나절이든 하루든 제이를 병원에 두고 오는 게 참 안쓰러웠다.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헤어져서 어디 먼 데라도 가는 것처럼 선생님의 품에 제이를 넘기고 나면 끝내 눈물까지 주르륵 흘렀다. 제이야, 이따가 데리러 올게. 걱정하지 마, 하면서. 그런데 제이를 맡기고 몇 시간 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제이가 너무 완강하게 치료를 거부해서요. 오늘은 치료를 못하고, 내일 다시 시도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엄마 마음일까? 유치원에 보낸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는다는 통지서를 받은 학부모가 된 것처럼 당혹스러웠다. 선생님,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닌데요…….

 

 

항상 내 품 안으로 살포시 올라와 안겨 잠이 드는 순한 제이였다. 심지어 제이는 이동장에 넣으면 계속 우는데 꺼내서 품에 안으면 워낙 포옥 하고 잘 안겨 있어서 그냥 안고 있을 때도 많았다.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제이를 보고 어쩜 고양이가 저렇게 강아지 같냐고 놀라며 말을 걸곤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심 나와 제이가 얼마나 친한지 증명하는 것 같아 으쓱했던 것이다.

 

치료를 못할 정도로 손길을 거부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되면서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싫었으면……. 앞으로 갈 길이 멀어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하루를 대기 차원에서 입원한 후 다음 날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

 

제이는 매번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입원실에서 나오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제이는 치료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활기가 좋아졌다. 당시 제이가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건강하다면 얼마나 놀고 싶고 우다다 뛰어다닐 시기인가.

 

하도 뛰어다니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불안했고, 더불어 점점 더 입원을 답답해하니 그것도 안타까웠다. 건강해질수록 치료가 힘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금세 기운을 회복해간다는 뜻인 것 같아 그 모든 것이 다 고맙기만 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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