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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법

 

낯선 길에 접어들어 골목을 서성였다. 따가운 햇살 탓인지 사람도 별로 없고,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그 흔한 카페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도 없고 덥기만 해 신경질이 나려는 찰나, 고개를 홱 돌리니 골목길 한가운데 앉은 고양이가 모델처럼 콧대를 높인 자세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서 있고 고양이는 앉은 채로 잠시 대치했는데, 고양이는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고고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달리 할 일이 없는 내가 집착하며 계속 쳐다보고 있자, 뒤에서 미소 섞인 책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키!”

 

길가에 내놓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너도 인사 좀 하렴” 하는 듯한 말투로 고양이 이름을 다그쳐 불렀다.

 

“아, 길고양이 아니었네요.”

 

머쓱하게 웃자 할머니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 쿠키는 흥 하는 듯 길게 기지개를 펴더니 일어나서 내 앞을 지나쳐 갔다.

 

할머니의 무릎 위로 올라가나 싶더니 두 분의 시선이 직선으로 닿는 가게 앞으로 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두 분은 가끔씩 이름을 불러주기만 하고, 고양이는 껌딱지처럼 붙어 있지는 않지만 너무 멀리 가버리지도 않는다. 그 골목의 풍경은 그게 다였다.

 

보통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자신을 반려묘로 생각하는 어떤 이들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나의 생활을 함께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어쩌면 적절한 사랑의 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다움을 지켜보는 것, 당신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거리에서 사랑하는 법을 말이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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