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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상상의 특권

 

로망은 늘 현실과의 괴리와 패키지처럼 묶여 있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처럼, 사랑하면 상처받는 것처럼. 마이너스적 감정이 막연히 두려운 탓에,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일에 대한 기대치는 늘 낮았다.

 

미리 기대하고 설레발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삶은 그들의 삶일 뿐,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선을 그어 둔다.

 

감정이 크게 동요하는 일은 없지만, 대신 몸은 언제나 무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리어 부딪치고 속상해하고 실패하는 것이 삶의 자양분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오르지 못할 산 정상에 깃발을 꽂는 상상,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것 같은 그에게 열한 번째 도끼를 찍어 넘어뜨리는 상상,

 

바보 같은 로망에 가끔은 온몸을 흠뻑 적셔보는 상상의 범람은 결국 사람의 특권이자 묘미인 것이다.

 

비 오는 날 버스를 기다리면 옆에 거대한 도깨비 친구가 나타났으면 좋겠고,

 

가게에 진열된 고양이 인형을 유심히 바라보면 그가 눈을 찡긋하며 나를 놀라운 세계로 데려가주었으면 좋겠다.

 

이루어지지 않는 상상이 무채색의 감각을 간질이는 느낌은 얼마든지 누려도 넘쳐나니까.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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