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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동물병원 선택에 대한 몇 가지 조언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아픈 곳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눈에 띄게 기운이 없거나,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못하고 들락거리기만 하는 등 이상 증상이 눈에 띌 정도라면 이미 어딘가 상당히 안 좋다는 신호라는 걸 집사는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아프면 일단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하지만 익숙한 영역에서 나가는 걸 싫어하고 낯선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의 특성상, 집사들은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도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내 고양이 제이는 종양 치료 때문에 1년 가까이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치료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병이라 하여 병원도 몇 번씩 옮겼다. 그러면서 느낀 고양이 동물병원 선택에 있어 감안해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을 공유해 본다.

 

 

1. 병원에 정말 가야 하는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좀처럼 고양이가 산책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낯선 냄새와 낯선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렇다 보니 병원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로 병을 얻어 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질병이 의심되었을 때는 병원에 가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무리해서 자주 들락거릴 필요는 없다. 가벼운 구토 정도가 걱정된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병원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 보호자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2. 거리와 비용

 

병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두 가지다. 긴 거리를 이동할수록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이므로, 특히 응급상황이라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병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24시간 동물병원을 미리 눈여겨 봐두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마다 진료비용이 다르니 기본적인 접종이나 검진을 하는 단계에서는 미리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사전조사를 해두거나, 전화로 물어 알아보고 방문한다.

 

다만, 공통적인 접종이나 호텔링이 아니라 정말 어디가 아픈 경우라면 전화만으로는 필요한 검사나 비용에 대한 상담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3. 고양이 핸들링에 익숙한가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의 인기가 최근 많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개에 비해 고양이의 임상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호자로서 느끼는 사실은, 동물병원은 동네마다 수없이 많지만 그 모든 병원이 다 고양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고양이 보호자라면 꼭 고양이에 능숙한 수의사가 있는지 사전조사를 해두기를 권장하고 싶다.

 

낯선 공간에 예민한 고양이를 위해 강아지와 고양이의 대기실이 따로 나뉘어져 있거나,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에서 고양이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한 병원들도 많다. 물론 그 병원의 수의학적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호자 입장에서는 비교하여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병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4. 1차 병원과 2차 병원 중 어디로 갈 것인가

 

보통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이 대부분 1차 병원이다. 간단한 질병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각한 병이라면 2차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받을 수 있다.

 

2차 병원에서는 1차 병원에서의 진료 결과를 토대로 더 정확한 진단이나 수준 높은 치료를 진행한다. MRI나 CT 같은 큰 검사를 즉시 받아야 한다면 2차(혹은 1.5차) 병원을 찾아야 한다.

5. 선생님의 설명은 충분한가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이전에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은 대부분 ‘필요 없는 검사를 과다하게 권한다’는 데서 나왔던 것 같다.

 

물론 동물은 자신의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 말로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가벼운 질병이라도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검사를 통해 가능한 질병에 대한 확률을 하나하나 줄여가는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보호자가 충분히 그 검사의 필요성과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질병의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그 경우 예후는 어떤지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충분히 설명해주는 병원을 선택하자.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 반려동물로서 고양이가 친숙하지 않을 때에는 그저 작은 개처럼 진단하고 치료한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다루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으니, 집사님들은 꼭 미리 폭넓게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정보가 전혀 쓸모없는 묘생을 산다면 가장 좋겠지만….

 

나의 경우, 제이가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했을 때 병원 선택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이 병원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만약 부작용으로 치료가 잘못되거나, 치료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급박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이 병원이나 담당 선생님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있어야 했다.

 

더 크고 더 좋은 병원이라도, 그 병원에서 제이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면 분명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각한 수술이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일수록 병원에 대한 충분한 믿음이 필요한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접종이든 구충이든 동물병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당장은 헤어져도 언젠가는 더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동물병원을 남들보다 좀 더 자주 들락거리고 있는 나 역시 눈을 높여가며 선택의 기준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고양이의 장기적인 질병 치료는 집사가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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