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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당신의 방문

 

초대와 방문은 양쪽 모두 다소 번거로운 일이다. 일과를 마치고 혼자가 되는 시간, 적막한 저녁 무렵이 되면 누군가 놀러와 같이 맥주라도 마시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다가 이내 잦아든다.

 

손님을 맞으려면 우선 청소를 해야 하고, 대접할 만한 접시에 요리를 담아내야 하고, 심심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화제를 골라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손님이 돌아간 뒤에는 떠들썩한 분위기의 여운을 느끼며 달그락 달그락 뒷정리를 해야 한다. 그 사람이 돌아간 뒤의 고요는 완벽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내 몫이다.

 

만남이 부담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짐처럼 느껴지는 어떤 때 우리는 가까운 이들을 자신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거미줄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는 인간관계가 성가시고 무거운 사회의 굴레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는 것이다.

 

누구의 목소리도 닿지 않는 곳이 필요해서 우리는 때때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세계로 파고들어 스스로에게 위안받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남의 테두리에서 몇 걸음 떨어져 오도카니 서 있다 보면, 그 자리에는 나와 시간만이 남는다. 그 자리에 떠오르는 외로움은 내가 원했던 것인 동시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것들을 그리워하는 촉매제가 된다. 결국에는 사람의 살결이 그리운 동물처럼 사무치는 애정이 불쑥 샘솟을 때도 있다.

 

하루의 가장 긴 시간을 친구들과 한 공간에서 보내던 십대가 끝나고 나면,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둘 다 자신의 시간을 일부러 꺼내어 나누어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일이지만 가끔은 당신을 나의 집, 내 공간에 초대해 식구처럼 가벼운 음식을 나눠 먹어야겠다. 타인만이 줄 수 있는 형태의 색깔과 온기가 우리에게는 아마도, 꼭 필요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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