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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약해지는 연습  

 

 

그들은 좀처럼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는 일이 없다.

 

언제든 달아날 수 있도록 한껏 경계하고 있는 눈빛, 얕보이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매순간 맞닥뜨리면 나는 그 단단함에 도리어 속이 상한다.

 

네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마음도 있는 법이다.

 

힘을 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건 어쩌면 혼자만의 힘으로 단단하게 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일종의 빚을 지는 일이라고 나는 여겼고, 어떠한 신세도 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때로는 그게 도리어 상대방을 상처 입히기도 했던 것이다.

 

상대에게 어떠한 도움도 바라지 않는 마음, 울타리 안에 당신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지는 결국 기대었다가 상처받지 않겠다는 의지와 다를 바 없다.

 

마음을 다쳤다고 칭얼거리고 어리광부려주면 좋을 텐데. 기댈 줄 아는 것도 강해지는 것만큼이나 연습이 필요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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