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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리티 도그 워킹'을 마치며

제1회 채리티 도그 워킹 행사 후기

고귀현 굿보이토토 공동대표

 

 

지난 27일 일요일 한강 잠수교 아래에 수십마리의 강아지들과 사람들이 모였다.

 

프로젝트 그룹 '굿보이토토'가 주최한 '제1회 채리티 도그 워킹' 이벤트에 참가하는 반려견들과 견주들이었다.

 

'제1회 채리티 도그 워킹'은 행사명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선의 성격을 띈 행사로, 반려견과 함께 걸으면 걸은 길이만큼 1km당 1kg씩 유기견 보호소에 사료가 기부가 되는 행사였다.

 

굿보이토토는 강아지와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추구하는 봉사 프로젝트 그룹이다.

 

 

강아지 공장 문제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못해도 본질적인 해법에 대한 실마리 정도라도 제안하고자) 전국의 강아지 번식업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사하여 윤리적 브리더, 윤리적 켄넬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잠시 쉬던 중, 의외로 산책을 자주 시키지 않아 반려견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편 난방비 등 운영, 관리비 지출이 늘어, 유기견 보호소에게 겨울은 힘겹게 넘어서야 하는 고비라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던 과정에서 기부 마라톤을 떠올리게 됐고, 유사 사례를 찾아보니 이미 외국에는 '스트럿유어머트'(Strut your Mutt)와 같은 자선 형식의 도그 워킹 이벤트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산책의 문제와 유기견 보호소의 운영의 어려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었고, '제1회 채리티 도그 워킹'이 마침내 선을 보이게 됐다.

 

행사 시간인 오전 10시. 잠수교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츄나 말티즈, 닥스 훈트와 같은 소형견들에서부터 푸들, 스피츠, 코카스파니엘 같은 중형견, 골든 리트리버, 레브라도 리트리버, 삽살개 등 대형견까지, 또 여러 멋진 모습의 믹스견들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처음에 가장 걱정을 했었던 것은 강아지들끼리의 싸움이나 서로에게 짖어대는 소리 때문에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런 경우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깊었고 그런 애정이 단순히 예뻐함을 넘어서 사려깊은 훈련 과정을 진행하고, 그를 통해 반려견이 여러 사람들과 강아지들과 있는 가운데에서도 매너 있는 젠틀한 강아지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장난치고 부비고 뛰고 하면서도 짖거나 싸우지 않는 얌전한 모습들을 보여준 덕분에 행사 진행도 무사히 이뤄질 수 있었다.

 

오전 10시30분 출발 전에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6팀(한 팀은 강아지 한 마리를 기준으로 한다. 견주는 한 명일수도, 여러명일 수도 있다.)씩 7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했다.

 

"출발!"을 함께 외치며 5km의 여정을 시작한 이들은 다들 억눌러 왔던 강아지들의 힘찬 도약에 끌리듯이 스타트 라인을 벗어났다.

 

산책하는 일반 시민 분들과 이벤트 참가자 분들 사이에 만들어 질 수 있는 불편한 상황들에 대해서 사전에 방지를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 줄 사람들이 한 그룹당 2명씩 발런티어들이 동반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소모임’이라고 하는 동호회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인 반려견, 반려묘 관련 봉사 활동 그룹에서 당일 15분여 되는 분들이 자원봉사로 도움을 주셨다.

 

산책 코스는 2.5km의 거리를 왕복하는 5km 거리였는데, 중간 중간 아스팔트 도로, 흙길, 낙엽이 수북한 길, 잔디밭 길 등 다양한 지면이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높였다.

 

낙엽 위에서 신나서 펄쩍 펄쩍 뛰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며, 산책은 잠시 잊고 사진 찍는 데에 열중하시는 분들도 보였다.

 

 

참가견들 중에 눈에 뛰었던 강아지는 단연 삽살개였다.

 

긴 털들에 눈이 가려져 눈을 뜨고 있는지, 어딜 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귀여움이 넘쳤던 외모도 있었지만, 견주이신 연인 두분과 이 강아지는 이태원, 남산에서부터 잠수교까지 이미 수 km를 걸어 오셨다는 사실에 더울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형견의 경우는 소형견보다 훨씬 더 좁은 집 안에서의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기에 더 많이 산책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기꺼이 하는 두분의 애정과 마음 씀씀이에 참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강아지가 아닌 참가자도 있었는데, 바로 고양이였다. 묘주는 행사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신다면서 반려견은 아니지만 반려묘와 함께 하고 싶으시다며 참가했다.

 

40여 마리의 강아지들 가운데 고양이 참가자를 보고 있자니 너무 귀여워서 미소가 계속 나왔다. 반려묘를 가슴에 안고 5km를 다 완주하시는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드렸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일부러 주로 노견들을 입양한다고 하셨던 분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 자주 볼 수 없는 포인터를 데리고 오신 참가자 분들도 눈에 띄었다.

 

 

기쁘게도 모든 참가견들이 5km의 거리를 완주할 수 있었고, 완주하신 반려견들에게는 완주 증명서를 강아지 이름으로 발급해 드리면서 다양한 완주 기프트들을 선물로 드렸다.

 

굿보이토토 구성원들은 모두 셋으로, 각자 본업이 따로 있다보니,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참 힘이 든 부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함께 해주시고 걸어주신 참가자 분들과 참가견들의 즐거워 하는 모습들을 보며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함께 했구나라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반려견과 함께 산책나온 시민분들 중에서는, 행사장에 모인 강아지들의 모습들을 보고, 어떤 행사인지 물어보시고 현장에서 바로 참가비를 내고 참가하신 분들도 계셨다.

 

자기는 이런 이벤트를 몰랐다며, 내년에도 꼭 좀 해달라며, 소식 나오면 어디서 검색해서 보면 되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행사가 끝난 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들에 댓글의 방식으로나, 이런 이벤트를 기획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참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말들을 참 많이들 한다. 강아지공장이나 툭하면 터져 나오는 동물학대나 비매너 행위 등 부정적 측면들이 너무나 크게 부각된 측면도 무시하긴 어렵다. 

 

이미 우리 반려동물 가족들은 충분히 높은 문화의식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제2회, 제3회 등 다음 행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 다음번 행사는 날 좋은 때 더 많은 반려동물가족들이 모이는 행사로 진행될 것임을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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