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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스독스의 동물세상] 매미의 운명 교향곡

여름에는 꼭 시끄럽게 깨우는 동물이 있다. 일어날 때까지 귀가 아플 정도로 깨우고 또 깨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겨우 일어나면 아침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만 되면, 여기 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매미는 자시의 사체를 남기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우리 귀를 시끄럽게 하던 매미들은 도대체 왜 우는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다.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다. 매미는 유충(幼蟲)으로 7년 정도 땅 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산다.

 

매미 사체. 개미들에게 분해되어 개미 밥이 되고 만다.

 

그런 인고의 생활을 보낸 후 땅으로 올라와 성충(成蟲)이 되면 불과 한 달 정도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죽게 된다. 매미는 그 짧은 한 달 사이 자신을 노리는 사마귀, 거미, 말벌, 새 등과 같은 천적들을 피해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

 

필자의 아파트 바로 앞에는 덩치가 큰 나무가 하나 있다. 그 나무에는 여름이 되면 많은 매미들이 달라붙어 울어댄다.

 

하지만 근처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나거나 움직임이 포착되면 갑자기 조용해진다. 자연생태계에서 천적은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매미의 인생은 참 비극적인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땅 속에서 7년여를 숨어 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는 시간이 불과 한 달. 너무나 불공평하고 한 숨이 나올만한 생애다.  

 

그런데 모든 매미들이 다 열심히 우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상 매미의 절반만 운다. 엄청난 소음으로 사람들의 아침잠을 깨우는 매미들은 모두 수컷들이기 때문이다.

 

수컷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겨줄 반려자를 찾기 위해 울고 또 운다. 그 우렁찬 울음소리는 암컷들을 자신에게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그 결과 후손을 남길 수 있다.

 

아파트에 사는 필자와 같은 사람 입장에게 매미의 울음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지만, 매미에게는 후손을 남기기 위한 엄숙한 교향곡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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