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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농장대책이 돼버린 반려동물산업육성대책

<이 기사는 반려동물 전문 '월간 GZ' 8월호에 기고한 것입니다.>

 

"너무 추상적이네요. 지켜봐야할 것같아요." "글쎄요, 별 것 없는것 같은데요.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이네요."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육성대책이 지난 7월7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됐다.

 

정부가 지난해말 반려동물산업 육성대책을 내놓겠다고 운을 떼자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분명 최근 몇년간 눈에 띄게 산업이 성장했다. 하지만 제도는 그에 뒤따르지 못하고, 소위 '개를 팔아 먹고 산다'는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정말이야?'하는 기대보다는 '역시나'하는 실망감 혹은 최대한 점수를 준다면 '그래도 들여다 보기는 했네'라는 밋밋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번 육성대책은 업계가 관심을 가졌던 유통 보다는 생산 쪽에 무게가 실리고, 관심도 쏠리면서 오히려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강아지농장 사태, 육성대책의 물줄기를 바꿔 놓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4분기 중에 반려동물산업 제도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후속으로 올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산업육성태스크포스(TF)와 민간자문단을 꾸렸다. TF는 지난 6월까지 육성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지난 6월 번식장업자들의 여의도 집회 모습. 강아지농장 파문은 반려동물산업육성대책을 반려동물보호및산업육성으로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7월7일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방안이 발표됐다. 정부가 일정을 당겨 발표한 것.

 

일정이 빨라진 데에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언론계에서 반려동물산업이 나날이 커지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리고 현재 업계에 찬바람까지 불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아지농장 사태다.

 

지난 5월 중순 강아지농장의 실태가 방송 전파를 탔다. 농장주가 수익창출을 위해 수정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수의행사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정부는 생산업소 전수조사라는 칼을 빼들었고, 여론에 밀려 육성대책 발표 역시 서두른다.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보호는 반드시 포함돼야 했다. 결국 산업육성대책을 만들다 반려동물보호라는 더 큰 주제까지 건드리게 된 셈이 됐다.

 

◇ '보호'에 밀린 어설픈 '육성'

 

'생산업의 허가제 전환' '온라인 판매 허용' '경매장업 신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 받은 대책들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 허용'은 동물보호단체들은 물론 수의계에서도 반발이 심한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이는 산업육성대책을 이야기하려 했다가 보호를 끌어들이다보니 생긴 일이다. 허가제 전환이 강아지농장 사태가 가져다준 개선이라면 두 대책은 동물보호론자들에게는 또다른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법안 제정 과정에서도 내내 문제가 될 전망이다.

 

반려동물산업 육성대책을 동물보호단체와 동물판매·생산업계가 지난 7월 중순 국회에서 격돌했다. ⓒ노트펫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제도를 정비하고, 산업발전 인프라를 구축하여 건강한 반려동물 생태계를 조성한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건 목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호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생산업을 건드리게 됐고, 잇닿아 있는 판매업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 측의 안이한 '생명' 인식이 '온라인 판매 허용'으로 고스란히 노출됐다.

 

분양업이 활성화된 일본조차도 직접 분양자에게 분양개체를 확인시켜주는 대면 확인을 의무화한 상태다. 사회적 합의가 좀 더 필요했던 '온라인 판매'를 너무나 쉽게 산업육성을 앞세워 허용해 주기로 셈이다.

 

살아있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을 왜 '먹거리'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다루느냐는 지적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 스스로 반려동물산업육성에 자질이 부족함을 드러낸 사안으로도 볼 수 있다.

 

◇'키우는 이들이 돈을 쓰게 하라'

 

"최근 수년간 수의업은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장을 해왔습니다. 몇년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비중은 크게 늘지 않았죠. 오히려 지금은 인구절벽을 우려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6월 있었던 수의사대상 행사에서 한 연사가 동물병원의 미래를 우울하게 전망했다.

 

수의업의 성장은 반려동물이 노령화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더 찾은 데서 비롯됐고, 지금껏 겪어온 불편한 양육환경으로 인해 다시 키울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반려동물의 미래가 생각보다 밝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려동물산업에서 분양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사료와 간식같은 먹거리를 필두로 동물병원, 용품, 미용 및 호텔링 등 서비스가 주력이다.

 

이는 반려동물인이 편안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경우 동물병원비 부담 완화가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동물병원비는 1998년 담합 가능성을 이유로 표준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늘 불만의 대상이 돼 왔다.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 번 가면 10만원은 기본으로 넘어가고, 수백만원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보험이 출시돼 있기는 하지만 쓸모가 별로다.

 

이번 대책에 '반려동물 등록확대, 진료비 공시제 등을 통해 보험사의 보험상품 개발여건을 개선한다'는 동물보험 활성화 방안이 담겼다. 진료비 공시제도는 내년 1분기 연구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 활성화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산업을 정부가 언급한 것 자체는 분명 산업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동물보호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생산·분양보다는 양육시장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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