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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견은 없다?..애도하는 개의 진실

 

이달 초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한 주택에서 12살 난 잡종 개 ‘베어’가 숨을 거둔 주인 곁에서 발견됐다. 지역 동물쉼터는 베어가 사흘간 밥도 물도 먹지 않고 주인 곁을 지켰다고 전했다. 베어는 동물쉼터를 통해 새 가정에 입양됐다.

 

충성스러운 개에 대한 전설은 셀 수 없이 많다. 1920년대 아키타종 충견 하치코의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치코는 매일 저녁 일본 도쿄 기차역으로 주인을 마중 나갔다. 주인이 죽은 뒤에도 10년간 기차역에서 주인을 기다려, 보는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 충견이 러시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주인이 죽은 뒤에도 2년간 매일 아침 병원 접수대에서 주인을 기다린 러시아 충견의 이야기를 실었다.

 

지난 3월에는 자동차 사고로 주인이 죽은 자리에 1년간 머문 러시아 충견의 이야기가 ‘시베리아판 하치코 미담’으로 회자됐다. 지난 4월에는 에콰도르 지진으로 주인을 잃은 개가 무너진 집터를 떠나지 않아, 에콰도르판 하치코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처럼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충견의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충견이 정말 주인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류학자 바버라 J. 킹은 ‘동물들이 죽음을 비통해하는 이유’란 책에서 돌고래 같은 고래목, 코끼리, 영장류 등이 죽음을 슬퍼한다는 증거들이 있지만, 개가 죽음을 슬퍼한다는 논문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립 여대 바나드 칼리지의 개 인지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심리학자도 개가 슬퍼한다는 생각을 배제하진 않지만, 하치코류의 이야기들은 개가 애도한다는 과학적 증거라기보다, 개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으로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려는 욕심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호로비츠는 “우리는 죽음과 우리의 유한함을 생각할 수 있고, 우리가 누군가를 잃고 그들을 다신 보지 못할 걸 안다”며 “개가 그런 개념을 갖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로비츠는 또 “만약 개가 그 개념을 갖지 못했다면, 그들의 비통함은 우리의 것과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인이 갑자기 사라진 개가 평소 하던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호로비츠는 “개는 실제로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지 않다”며 “다른 삶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것을 충성심이나 애도로 해석하는 것이 더 멋지지만 개의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도 개가 슬퍼할 수 있다는 데는 질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을 의인화하는 것에 대해선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개가 진심으로 슬퍼하는지는 주인의 죽음 전후 개의 행동을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판단할 수 있고, 보통 숨을 거둔 주인의 곁을 머무는 것은 무기력과 퇴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클리브 와인 심리학 교수는 개가 사람과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고, 감정적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슬픔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수년간 지속된 슬픔이라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 교수는 19세기에 14년간 주인의 무덤을 지킨 것으로 유명한 테리어 충견 ‘수도사 바비’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주인을 잃은 개가 무덤을 지킨 이유는 추모객과 무덤지기들이 밥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인을 잃은 개가 새 가정에 다시 입양돼서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개가 영원히 슬퍼한다면, 새로 입양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와인 교수는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반려견은 새 가정에 빠르게 입양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들은 평생 상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개의 유대감과 인간의 유대감은 다르다”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단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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