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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스독스의 동물세상] 고양이가 물어다준 납새미

 

나비는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키웠던 고양이 이름이다. 나비가 우리 집에 온 이유는 당시 집에 들끓었던 쥐들을 잡기 위해서였다. 나비가 집에 왔을 때는 2개월 남짓 된 어린 고양이였다.

 

필자의 고향은 부산이다. 1970년대 부산에서는 납작한 생선인 ‘납새미’를 집집마다 사서 말리곤 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납새미를 포함한 생선들을 약간 말려 먹곤 했다. 그렇게 말려 먹으면 해당 생선의 육질이 더 쫀득쫀득해지고 보관을 오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납새미는 표준어로는‘갈가자미’이다. 납새미는 수심 200m 이내 바닥이나 펄 속에 몸을 숨기고 사는데 광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체구가 약간 작다. 납새미는 성어가 되어도 몸길이가 24cm 내외다.

 

부산에서는 납새미를 약간 말려서 구덕구덕한 상태에서 구워 먹거나, 양념장에 조려서 먹기도 한다. 물론 납새미도 생선이니까 매운탕을 해서도 먹는다. 납새미를 말릴 때는 그물 위에 올려놓고 말리는데 머리는 보통 뗀 상태로 말린다.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이 되던 1970년대 어느해, 필자의 집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매년 하던 납새미 건조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갑자기 식탁에 구덕하게 말려진 납새미가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건 나비가 가져온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다시 “나비가 부엌에 납새미 2~3마리를 꼭 물어다 놓고 간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벌써 사흘째다. 버리기도 아까워서 모아 두었다가 식구들이 한 마리씩 먹게 구워 보았다. 그리고 나비도 한 마리 구워주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그러지 말고 납새미를 잃어버린 주인이 찾을 수도 있으니까 찾아서 돌려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우리 집 말고 동네 사람 대부분이 납새미를 말리고 있는데 이 납새미들의 주인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냐?”라고 오히려 어린 아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나비가 남의 집에서 훔쳐온 납새미를 먹는 게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한 입 물어보았다. 정말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당시 느껴지던 납새미의 쫀득하면서도 달달했던 맛이 기억난다.

 

그 다음날부터는 어린 필자는 어머니에게 눈만 뜨면 “오늘은 나비가 납새미 안 물어왔어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비는 납새미 도둑질을 몇 번 더 했다. 필자 기억으로는 한 번 정도 더 가족들이 장물 납새미를 구워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이런 잊지 못할 추억의 생선인 납새미가 요즘에는 도박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참고로 납새미는 포커 판에서 매일 돈을 잃는 사람들을 뜻하는 은어로 사용된다.

 

납새미가 필자에게는 추억의 단어이지만 그 누구에게는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니 입맛이 씁쓸하다.

 

그나저나 부산에 갈 일이 있으면 추억의 납새미 구이를 꼭 먹어보고 싶다. 부산에 출장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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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2건

  •   2016/03/30 09:44:20
    납새미가 뭔가했더니만~

    답글 0

  •   2016/04/05 13:31:40
    추억의 생선 납새미가 도박 용어로 사용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답글 1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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