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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하는 꺽다리 주인과 3kg 포메라니안

농구선수 이관희와 반려견 별이

"강아지 알레르기 있지만 별이는 제 딸이죠"

 

 

[노트펫] 키 190cm의 농구선수와 기껏해야 3kg대의 포메라니안 강아지의 조합이 웃음이 날 만큼 언밸런스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큰 손바닥 위에 쏙 안긴 강아지 별이는 세상 무서울 게 없다는 듯이 의기양양하다.

 

다르면서도 닮은 그들은 사실 함께할래야 함께하기 어려운 사이다. 이관희((30, 서울 삼성) 선수의 심한 강아지 알레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관희 선수를 만나 농구만큼 사랑하는 그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강아지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지만

 

별이와 처음 만난 것은 대학생 때였단다. 처음에는 단지 포메라니안의 매력에 끌려 고민 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별이를 만난 건 예기치 못한 작은 실수 때문이었다고.

 

 

"별이가 저를 자꾸 졸졸 따라오더라고요. 저는 다른 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실수로 별이 발을 밟았어요. 그런데도 저를 계속 쫓아오는 모습이 집에 갔는데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거예요. 결국 다음 날 다시 가서 별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죠."

 

마치 별이가 선택한 것 같은 첫 만남이었지만, 이후 이관희 선수의 일상은 여러 모로 달라졌다. 특히 귀가 시간이 유독 빨라졌다. 부모님이 잠시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우시면 밥과 물을 챙겨주는 시간을 맞추려고 서두르게 된단다.

 

하지만 별이를 키우면서 정말 예상치 못했던 큰 문제를 맞닥뜨렸다. 바로 심한 강아지 알레르기다. 15분 이상 붙어 있으면 바로 재채기가 시작되고 이내 눈물, 콧물을 쏟을 정도로 심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던 것.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키운 지 4년 정도 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갈 때마다 그냥 감기 증상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4년쯤 되고 나서 너무 상태가 심해져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약도 먹어보고, 집에서 마스크도 쓰고, 심지어 헬맷까지 쓰고 별 걸 다 해봤는데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운동선수로서 컨디션이 훈련에 지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별이와 집안에 있을 때에는 결국 공간을 분리하여 따로따로 있어야 할 때가 많다.


다행인 것은 바깥에서는 그나마 증상이 덜해서 별이와 산책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훈련에 지쳐 있을 때 별이가 주는 힐링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관희 선수에게는 그 시간도 무척 소중하다.

 

알레르기가 이렇게 심한데 혹시 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생각을 한 적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가족인데 아프다고 다른 집에 맡기거나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다만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는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안타깝죠. 그래도 저희 집에서 저만 알러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B형 남자와 닮았다

 

그는 스스로의 성격을 B형 남자라고 소개했다. 개는 주인 성격을 닮는다는데, 그래서인지 별이도 순둥순둥한 강아지 느낌보다는 고양이처럼 개인 성향이 강한 편이란다.

 

 

"산책을 나가도 별이는 몸집이 제일 작으면서 다른 개들한테 제일 많이 짖어요. 자기가 조그맣다는 걸 모르나 봐요. 동네 개들이 다 피하다 보니 동네를 다 평정해 버렸는데, 그게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죠. 집에서도 사람한테 애교를 부리거나 안기기보다 오히려 귀찮아하는 편이거든요. 간식도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라 꼭 자기 식성에 맞는 것만 골라서 먹고요."

 

이관희 선수는 별이가 여러 개들과 만나보고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 게 자기 탓인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도 슬쩍 비췄다. 함께 애견 카페를 가보고 싶었지만 자신의 알레르기 때문에 많은 개와 접촉하는 게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이를 보면 그 모습조차 자신과 닮은 듯하다고.

 

"별이가 까칠한 것 같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에게 그러는 건 아니에요. 자주 보면서 따르고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든 사람과 친해지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편이라서, 그런 점도 별이의 성향인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가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별이가 귀찮게 생각할까봐 이관희 선수는 굳이 ‘손’, ‘발’ 같은 훈련을 시키지는 않는단다.

 

그 마음을 아는지 별이는 평소에 밥 챙겨주는 부모님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오빠를 더 따른다.

 

◇ 저는 제 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역시 그 작은 아이가 병원에 갈 때다. 최근 별이가 몸이 아파 거의 며칠 밤을 새며 마음을 졸인 적도 있다. 입원장에 들어가 링겔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짠했단다.

 

 

"저는 별이가 제 딸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건강하게만 오래오래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가끔 뉴스를 보면 차타고 가다가 키우던 강아지를 버린다든가 하는 일이 있잖아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키웠길래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별이가 삶에 들어오고 나서 이관희 선수는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졌다. 이전에는 길고양이가 길에 앉아 있으면 빙 돌아 다른 길로 갈 정도로 오히려 싫어했는데, 지금은 그들의 고된 삶이 조금은 걱정스럽다고.

 

"별이한테는 최대한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챙겨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더울 땐 얼음도 주고 제가 신경 써주는데 밖에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불쌍하니까요. 춥고 더울 때 잠은 어떻게 자나…… 별이를 키우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에게 농구는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오로지 공밖에 보이지 않는 농구장에서 그는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농구를 인생이라고 한다면 별이는 그 안에서 그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쉼터 같은 존재다. 그 자그마한 반려견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농구선수 이관희를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별이에게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가족, 그 이상이죠." 

 

 

 

박은지 객원기자 sogon_about@naver.com, 사진 정소희 조이뉴스24 기자 ss082@joynews24.com

박은지 객원기자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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