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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물개 서식지에 대형견 풀어 놓은 얌체족

[노트펫]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대한민국의 4배가 넘는 광활한 면적과 4000만명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state)다.

 

덩치 큰 캘리포니아는 기후 조건도 지역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다.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원시림도 있고, 5~6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덥고 건조한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도 있다. 그런 곳을 지나면 온난한 해안가가 나오는데, 그곳은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띤다.

 

푸른 바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특히 LA에서 샌디에이고(San Diego)까지 이르는 긴 해변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그중에서 특히 유명한 곳은 한쪽에서는 물개가 서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서퍼(surfer)들이 서핑(surfing)을 즐기는 라호야 비치(La Jolla beach)다.

 

라호야 비치에서 서식하는 물개들. 2018년 5월 촬영

 

라호야 비치의 물개들은 넓은 바위가 쭉 펼쳐져 있는 한 곳에서 햇볕도 쬐고 휴식을 취한다. 먹이가 풍부하고, 날씨가 연중 온화하며, 사람들에 의해 서식지가 보호 받는 이곳은 물개가 살기에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곳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물개 같은 야생동물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인인 야생동물을 위해 기본적인 몇 가지 배려를 해야 한다. 물론 그 배려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어떻게 보면 늘 하던 일이기도 하다.

 

시 당국은 해당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고, 야생동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그곳에서의 금주, 금연, 고성방가, 쓰레기 투척, 소각, 노숙, 캠핑 등을 일절 금지한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제한을 두고 있다.

 

동절기(11월~3월)에는 9시부터 4시, 하절기(4월~10월)에는 9시부터 6시까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은 금지 되어있다. 다만 그 시간을 피해 개를 데리고 해변을 산책할 수는 있다. 이 경우에도 목줄을 해야 한다.

 

공원에서 지켜야 할 것을 적어 놓은 안내판. 2018년 5월 촬영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잘못된 마음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필자가 라호야 비치를 방문한 지난 5월말 한 청년은 로트와일러(Rottweiler)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오전 10시였으니, 그는 당국이 규정한 지침을 하나 위배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일탈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목줄도 하지 않은 개를 산책시켰다. 당국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두 가지나 동시에 하고 있었던 셈이다.

 

목줄을 하지 않고 해변을 어슬렁거린 로트와일러. 2018년 5월 촬영

 

현지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덩치 큰 개가 갑자기 자기 앞으로 오자 눈살을 찌푸리고 당황해했다. 그 개는 물개가 사는 곳에 관심이 많아서 그곳으로 내려가려 하였지만, 다행히 물개들 가까이는 가지 않았다.

 

개와 물개의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고역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시민의 태도일텐데 어딜가든 얌체들이 있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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