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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동물이 없습니다" 수의사 진땀 뺀 내장칩

 

[노트펫] 별이 보호자가 낯선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왔다. 하얀색 폼피츠였다. '불안해 보이는 눈과 부자연스러운 자세' 감이 왔다. 유기견이었다.

 

큰 도로가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동네 카페 사장님이 발견했다. 위험해 보여 잡으려는데 골목 안으로 도망갔다. 마침 근처에 있던 이 보호자의 도움으로 잡게 됐다. 상태가 깨끗한 것으로 봐서는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내장칩을 확인하기 위해 리더기를 등에 댔다. 동물병원은 동물등록 대행기관이다. 그래서 등록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띠릭~'

 

다행이다. 번호가 떴다. 911 ... 바로 동물등록사이트에서 번호를 조회했다. 이제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해서 연락만 드리면 된다.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등록된 동물이 없습니다." 주인 정보 대신 이런 메시지가 떴다. 순간 당황했다. '이건 어떤 경우지?' 고민을 했다.

 

칩은 있는데 등록은 되어 있지 않다면 혹시 과거에 법으로 동물등록제 실시 이전에 등록을 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과거 동물등록 조회사이트를 접속했다. 그리고 해당 번호를 조회했다. 안 나왔다.

 

난감했다. 데려온 분은 칩이 있으니 당연히 보호자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상황이 꼬였다. 동료 수의사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얼마 전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다고 한다. 일단 감사하게도 데려온 보호자가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다.

 

다음날. 한참 진료 중에 있었다. 한 외국인이 전단지를 들고 들어왔다. 스텝이 그 사진을 보자마자 어제 데려왔던 유기견이란 것을 알아챘다. 임시보호중인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다. 곧 보호자가 강아지를 데려왔다. 눈물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프랑스인인 이 분은 친구에게 강아지를 맡기고 태국 여행을 갔다왔다. 그런데 친구가 공원에서 산책을 시키다 그만 줄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개를 놓친 것이었다. 이날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 울면서 전단지를 만들어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내장칩은 외국에서 삽입했는데 국내에서 재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번호로 다시 국내에서 재등록을 해야 한다고 설명 드리고 바로 서류를 작성해서 등록을 했다. 등록절차를 마치고 감사인사를 하고 가면서 샴페인을 마셔야겠다며 웃으신다. 개껌 몇 개를 파티에 쓰라고 드렸다. '자기 거냐 개거냐'며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가 돌아왔다.

 

내장칩을 삽입하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장칩이 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내장칩은 15자리수의 번호만 들어가기 때문에 이 칩만으로는 해당 보호자 정보를 알 수가 없다. 반드시 그 번호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대개는 칩 삽입과 동물등록 절차가 동시에 이뤄지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처럼 칩은 있으나 국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아주 난감해 질 수 있다.

 

혹시 주변에 외국에서 내장칩을 삽입했거나 또는 동물보호법에 의한 공식 등록 시기 이전에 내장칩을 삽입한 경우가 있다면 반드시 재등록을 하라고 알려주길 바란다. 그래서 보호자의 정보부족으로 사랑하는 동물가족을 잃는 일을 막도록 하자.

 

참고로 주소나 전화번호가 바뀐 경우도 동물등록사이트에 접속하면 주소나 전화번호를 수정할 수 있다. 이 또한 꼭 미리 챙기도록 하자.

 

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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