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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고양이는 친한 사람에게 왜 몸을 비빌까?

[노트펫] 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의 초청을 받아 그 집을 방문했다. 동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성인이 된 후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인은 미국식 만찬을 준비하지 않고 동유럽식 만찬을 준비하여 손님들을 대접했다. 조상이 수백 년 전 영국에서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부인도 동유럽 음식은 처음 본다고 신기해했다.

 

그는 식사를 마친 후 고양이 한 마리를 방에서 데리고 나왔다. 한 눈에 보아도 작고 귀여웠다. 고양이는 활달하고 장난도 심한 편이지만 낯선 사람들이 있으니까 행동이 위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여 분 후 고양이는 필자의 아들들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심심하다고 같이 놀아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고양이와 아이들은 장난감을 이용하여 놀았다.

 

그렇게 실컷 놀고 나니 고양이는 아이들에게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몇 번은 대놓고 비비기도 했다. 고양이는 아이 한 명 당 총 3~4회 정도 자신의 몸을 문지른 것 같았다.

 

한국에서 고양이를 키울 때도 고양이들은 주인이 귀가를 하면 자신의 몸을 사람의 다리에 문지르곤 하였다. 아마 외출하면서 자신들의 체취(體臭)가 약해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햇볕을 쬐는 길고양이.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2016년도 11월 촬영

 

 

그러면 그 미국인이 키우는 고양이는 주인도 아닌 어린 손님들에게 몸을 비볐을까? 아마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나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였던 것 같았다.

 

첫째, 고양이는 자신의 체취를 아이들에게 남겨두고 싶었다.

 

머리를 들이밀고 자신의 체취를 아이들에게 남긴 고양이는 아이들을 더 이상 낯선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다른 고양이들이나 동물들에게 이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 또는 자신의 사람이라는 점을 알려둔 것이다. 일종의 영역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정서적 안정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유난히 자신의 체취가 많이 나는 존재를 좋아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집안 곳곳에 몸을 비벼 체취를 남긴다. 심지어 소변 변기가 바뀌었다고 소변도 안 보는 고양이도 있다.

 

이런 행동을 통해 고양이는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만족감을 가진다. 고양이 입장에서 사람의 몸에서 자기 냄새가 나면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소파나 침대가 새로 생긴 기분이 들것이다.

 

고양이가 몸을 비빈다고 고양이의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사람의 후각으로는 인지하기 어려운 냄새다.

 

쉽게 말해 고양이는 사람이 볼 수 없는 광선이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그날 저녁 아이들이 고양이와 노는 사이 필자는 미국인 지인과 동유럽 칵테일까지 얼큰하게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온 가족들은 따뜻한 환대에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불현듯 서운한 생각이 하나 들었다. 3시간 동안이나 그 집에 있었지만, 고양이는 필자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의 몸을 문지르지도 않았다. 고양이에게 필자는 여전히 가까워지기 어려운 낯선 사람인 것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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