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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길냥이에서 펜션 마스코트로 '묘생역전'

펜션의 마스코트 '삐용이'

 

[노트펫] "삐용아~ 이리 와~ 밥 먹자."

경북 경주의 한 한옥펜션 마당.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아는지 어딘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마당냥'을 자처하는 이 펜션의 마스코트 '삐용이'다.

이름을 알아듣는 건 기본, 펜션에 오는 손님들의 '쓰담쓰담'까지 잘 받아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마당을 접수한 지 어언 1년"

 

구멍으로 논 구경에 나선 삐용이, 살이 토실토실 오른 모습


토실토실하게 살 오른 얼굴과 여유롭고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면 평생 이곳에서 사랑 받으며 자란 듯 보이는 삐용이.

하지만 집사 박민희 씨는 삐용이를 두고 "알고 보면 사연 있는 고양이"라고 말한다.

이제 두 살 된 삐용이는 생후 2개월령일 때 하수구에 빠져 간신히 구조된 녀석이다. 민희 씨는 삐쩍 마른 새끼 고양이를 받던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먹지 못해서 체구가 엄청 작았어요. 그후 8개월 정도 보호하며 케어했는데 제 알레르기와 천식이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해져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구조 당시 TV 리모콘만하던 삐용이는 어느새 2살이 됐다

 

유독 몸집이 작던 새끼 고양이 시절, 이젠 제법 살도 올랐다


하지만 민희 씨는 다른 사람에게 삐용이를 보낸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게 어머니의 펜션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의 반대는 완강했다. 어린 시절 반려동물의 죽음을 여러 번 목격한 어머니는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았던 것.

"제가 엄마한테 울면서 부탁했어요. 제 증세가 좀 나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잠깐만이라도 맡아 달라고요."

그렇게 고양이를 맡은 민희 씨 어머니는 이제 "삐용이, 다시 데려갈까?"라고 묻는 딸에게 "삐용이 없으면 못 사니, 밥이나 제때 보내줘"라고 답하게 됐단다.

줄곧 집에서 지내던 삐용이는 처음부터 마당 생활에 잘 적응했을까?

"보내고 나서 첫 겨울에 집을 지어줬더니 그 안에 들어가 떠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적응력이 매우 좋았어요."

 

"마당 편하다냥, 잠도 잘 온다냥"

 

"기지개 한 번 켜고 활동을 시작해 볼까냥"


당시 삐용이를 보내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는 민희 씨. 요즘은 펜션에서 잘 지내는 삐용이 모습에 안도감과 서운함이 동시에 든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 그리고 자신보다 어머니를 따르는 삐용이에게 서운한 감정.

"서열이 밀린 것 같아요, 엄청 서운하긴 했죠. 그래도 여전히 알아봐주고 '엄마 간다' 하면 꼭 대문 앞까지 마중은 나와줘요."

경북 포항에서 구조돼 좋은 집사를 만나고, 다시 경주의 보금자리에 정착해 이제 펜션의 마스코트로 다시 태어난 삐용이. '묘생역전'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묘생역전의 아이콘, 삐용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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