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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입마개 착용에 대한 몇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노트펫] 유명 한식당 대표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개 상해사고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정부까지 나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개 입마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큰 개, 작은 개 가릴 것 없이 모두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광민 그녀의동물병원장 겸 서울시수의사회 공보특보의 입마개 착용에 대한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씌워야 할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불안에 의한 방어적 공격성이 뚜렷하거나,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종, 공격성을 극대화하여 개량된 종에 한하여 입마개는 필요합니다. 불안해하지도 않고, 공격성도 전혀 없는 개에게 하는 입마개는 개를 거추장스럽게 할 뿐입니다. 

 

2. 당신의 개가 공격성이 없는지 어떻게 아나요? 저는 아주 작은 개만 봐도 물까봐 무섭거든요. 

 

A.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씌울 법적 의무는 없으며, 세계 어느 나라도 행동 문제가 없는 작은 개에게까지 입마개 착용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개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하며, 모든 사람은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개 또한 우리 인간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개에겐 목줄 착용 정도면 충분합니다. 

 

3. 공격성이 있는 모든 개는 입마개를 해야 하나요?

 

A. 절대적으로 그렇습니다. 

 

4. 우리 개는 공격할 시늉만 할 뿐 한 번도 다른 개나 사람을 물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입마개를 해야 할까요?

 

A. 물론입니다. 사람을 절대로 물지 않는 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계속 물려는 시늉을 하는 개는 그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언젠간 사람을 물 수 있습니다. 방어적 공격성이 있는 개일수록 입마개는 필요합니다. 

 

 

5. 방어적 공격성이란 무엇인가요?

 

A. 공격성은 크게 공격적 공격성과 방어적 공격성으로 나뉩니다.

 

재화의 습득이나 단순한 공격욕구에 의한 공격을 공격적 공격성이라 합니다.

 

재화의 습득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행하는 공격성을 방어적 공격성이라 부릅니다. 

 

보통 방어적 공격성은 ‘불안’과 ‘두려움’에 의해 생기며 ‘인간의 체벌’과 ‘자위적 노력이 먹혀들었던 경험’에 의해 공격성은 극대화 됩니다. 

 

쉽게 말해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집어 던졌더니 친구의 괴롭힘이 멈췄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마도 그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다음에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의자를 집어던져야겠어. 참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돼’

 

이해가 되시죠?

 

6. 입마개 착용이 주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입마개 착용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인간 또는 다른 동물의 안전을 담보해 준다는 것입니다. 입마개를 완벽히 착용하기만 한다면, 그 개가 다른 생물을 해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둘째. 이 점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입마개는 입마개를 착용한 개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입마개를 착용한 개의 사회적 신호는 ‘물 수 있는 개’를 의미합니다. 

 

자연히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접근이 줄어들 것입니다.

 

방어적 공격성의 근원인 개가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은 다른 존재의 접근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방어적 공격성이 상당한 개라도 아무도 없는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 개에게 편안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입마개는 다른 존재의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해 개의 긴장감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7. 그래도 입마개를 착용하는 건 개에게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입마개를 쓴 개가 불쌍해 보인다는 건 누구 생각일까요?

 

사람의 판단입니다. 정말 그 개가 입마개를 써서 답답하고 괴로워하는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입마개를 써서 다른 존재의 접근이 줄어든다면, 그래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 개에겐 입마개가 구원자나 다름없습니다. 

 

8. 입마개를 씌우고 싶어도 개가 협조하지 않습니다. 어떨 땐 손을 물려고까지 하는데, 이것만 봐도 개가 입마개 쓰기를 싫어하는 건 자명하지 않은가요?

 

물론 개가 입마개를 쓰는 걸 싫어하는 건 (대체로) 사실입니다.

 

입은 예민한 기관이고, 그것을 봉쇄당하는 게 개로선 분명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입마개 착용에 다소의 불편이 따른다 해도, 그것이 주는 편익이 훨씬 크다면 입마개는 씌워져야만 합니다. 

 

또 개들이 특별히 입마개 쓰기를 싫어한다고 해석하기보다, 개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거의 모든 강제적 행위(발톱 깎기, 항문낭 짜기, 목욕하기, 목줄 채우기, 미용하기 등)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입마개 쓰는 교육이 적절히 이뤄질 경우 개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입마개를 착용하곤 합니다. 

 

9. 그래도 입마개를 씌우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입마개를 씌울 때 주의사항은 뭔가요?

 

물론 어렵습니다. 그래서 반려견 트레이너들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입마개를 씌울 때 주의사항은 절대로 입마개를 강제로 씌워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입마개는 좋아서 쓰는 것이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입마개를 쓰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향후 어떤 개에게 공격성이 생길지 모르니, 웬만하면 모든 개에게 입마개 쓰는 교육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의 사회화의 골든타임인 생후 3개월 이전에 DS/CC(익숙해지기/전화위복 교육)를 통해 이뤄지는 입마개 쓰기 교육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10. 공격성이 있는 개에게 입마개 씌우기가 최선일까요?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엔 이상론과 현실론의 관점이 존재합니다. 공격적 공격성을 가진 개라면 입마개 착용은 최선(필수, 의무)입니다. 

 

그러나 방어적 공격성을 가진 개라면, 근저에 숨은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불안이 사라지면 자연히 공격성도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모든 개의 불안을 제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신과 진료를 하는 병원도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보호자가 정신과 치료 및 트레이닝에 수 백만원 넘는 돈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개에겐 입마개 착용이 최선에 가까운 차선일 수 있습니다. 물론 입마개 착용의 과정이 스무스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11. 방어적 공격성을 가진 개라면 굳이 입마개까지 씌워가며 밖에 나가기보다 산책을 안 나가면 될 것 아닌가요?

 

글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어떤 사람이 대인기피증이 있다면, 힘들게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선글라스, 마스크 등의 힘을 빌려 외출을 시도하기보다 방에 처박혀 히키코모리로 사는 게 더 나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에게 산책의 의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물론 산책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난감과, 환경풍부화(쉽게 말해 산책을 나가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한 집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로 산책의 효용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산책을 완벽히 대체하긴 힘들다.

 

입마개 씌우기를 시도도 해보지 않고 산책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건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물론 정도가 매우 심한 경우라면, 입마개를 씌우기보다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약물 복용 등의 치료가 우선 이뤄지는 게 순서가 될 것입니다. 

 

 

 

12. 최시원 개는 안락사 되어야 할까요?

 

글쎄. 어려운 질문입니다. 만약 이곳이 미국이라면 최시원의 개는 수의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다면 치료를 하겠지만, 치료가 힘들어 보이거나,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 경우라면 어떤 주에선 안락사가 지시될 수도 있습니다. 

 

13. 앞으로 최시원 개사건과 같은 일은 줄어들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앞으로 개의 공격으로 인한 법적 분쟁은 소송건을 찾아 헤매는 변호사들에게는 훌륭한 시장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한국은 교배부터 요람까지, 반려동물문화의 전반적 수준이 최악을 겨우 면한 정도의 나라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14. 그럼 뭐가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할까요?

 

이것은 너무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그러나 딱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자면 개가 생후 3개월이 되기 전 믿을 수 있는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된 퍼피클래스 교육을 받는 것,

 

그리고 보호자가 개에 대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 설정해 보호자 교육을 강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단순히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작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힘듭니다. 

 

조광민 그녀의동물병원장 / 서울시수의사회 공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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