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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쌤의 수의학 이야기] 고양이 내장으로 실을 만들었다고?

[노트펫] 제목을 보고 놀라셨을 지 모르겠지만, 동물학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외과수술용 실 중 하나인 캣것(Cat Gut) 이야기입니다.

 

뭐로 뭐를 만든다구?!

 

사람과 동물 모두 외과적인 수술에는 수술조건과 부위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의료장비가 필요합니다.

 

상처나 절개 부위를 꼬맬 때 사용하는 수술용 실인 봉합사에도 예외 없이 실의 흡수성, 형태, 장력, 굵기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수술을 할 때도 여러 종류의 봉합사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봉합사들 가운데 캣것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합사가 있습니다.

 

동물의 내장에 존재하는 콜라겐을 정제·가공해서 만든 실이죠. 자연 재료로 만든 실이다 보니 사용된 실은 체내에서 단백분해효소에 의해 흡수되어, 실밥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흡수성 봉합사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수술용 봉합사는 바늘 허리에 실을 붙여놓고 씁니다. 항상 급하거든요.

 

여기서 재료가 되는 동물의 내장이란, 캣것의 이름대로 고양이 내장이 아니라 소나 염소, 양과 같은 반추동물류의 내장을 사용합니다.

 

(집사분들은 이제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수술용 도구이기에 제조 과정에서 멸균 처리를 하게 되며, 장력이 유지되는 기간을 강화하고 녹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크롬산염 처리와 같은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정작 고양이와는 상관이 없는데 캣것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몇 가지 가설이 있는데요.

 

첫째는 소(Cattle)의 내장(Gut)을 뜻하는 단어가 나중에 와전되었을 가능성입니다.

 

둘째는 과거 테니스 라켓이나 현악기에 사용되는 줄이 대부분 동물의 내장을 가공한 장선(腸線)을 사용했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새로운 수술용 실에 kit(바이올린과 유사한 옛날 현악기)-gut(테니스 라켓의 줄)이란 이름이 붙었을 가능성 등입니다.

 

억울하다 억울해!!

 

반추동물의 내장으로 만들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캣것의 사용이 금지된 상태라고 합니다.

 

가능성은 매우 낮긴 하지만, 수술용 실을 통해 BSE(소해면상뇌증)가 발생할 위험성 때문이죠.

 

또한 수술용 기구 자체가 만들기도 어렵고 비싸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 이르러 캣것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생분해성 합성섬유가 개발됩니다.

 

덱손(Dexon)이나 맥손(Maxon)과 같이 새로 개발된 봉합사들은 실의 굵기도 캣것보다 더 균질하고, 조직의 염증반응이 덜 일어나는 장점이 있어서 빠르게 캣것의 자리를 대체했죠.

 

결과적으로 이제 외과수술 현장에서 캣것을 보기는 어려워졌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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