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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를 아시나요?"

만약 당신의 친구가 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동물병원을 접고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겠다면?

 

단번에 좋은 뜻일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북돋워 주기는 어려울 듯싶다.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질러버린 수의사가 있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 정순학 센터장이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 전경. ⓒ노트펫

 

“모두가 말렸어요. 너 거기 가면 적자나서 못 버틸 거야. 가면 죽는다고도 하더라구요.” 

 

사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이하 청주센터)는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꽤 유명한 곳이다.

 

나쁜 의미로 유명한 까닭은 지난해 연말부터 몇 달간 센터장이 두 번이나 바뀐 곳이라서 그렇다.

 

반대로 현직 수의사가 한 개 시(市)의 유기동물보호센터장을 맡은,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라서 좋은 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의사가 장으로 있는 보호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순학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 센터장. ⓒ노트펫

 

대체 이 수의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일까.

 

만나러 가는 길에 동물을 엄청나게 사랑하고 길 위의 생명들이 너무너무나 안타까운 박애주의자일꺼라고 예상했었음을 고백한다.

 

정 센터장이 동물을 아끼지 않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른 누구도 가지 않는 길에서 저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이 보호센터를 멋지게 성공시켜서 학연, 지연을 이겨내고 싶었어요.”

 

보호센터 앞마당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반려견들.

 

앞서 이야기했듯이 청주센터는 이래저래 부침이 많았던 곳이었다.

 

“이곳은 지난 16년간 독점으로 운영되던 곳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불투명하게 운영됐죠. 수기로 서류를 작성하고 시스템화되지 않았어요. 당연히 감시의 눈길도 없었구요.”

 

시스템화에서 정상화의 답을 찾았다. 

 

“부임 뒤 3개월 간 독단적인 운영을 한다는 비방도 많이 받았죠. 아무래도 이전과 달라지다보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올 정도가 됐죠."

 

일례로 철저한 업무분장이다. 청주센터의 직원은 총 8명. 이 8명에게 분과별로 업무를 세분해서 맡겼다. 일종의 책임업무제를 도입한 셈.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분께 드리는 입양증서. ⓒ노트펫

 

청주센터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센터장은 아주 자신있게 증서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반려동물 입양증서’였다.

 

“사실 유기동물 분양이 정말 쉽지 않아요. 유기동물을 키운다고 마음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 입양하시는 분들에게 상장을 주는 마음으로 이 증서를 드리고 있어요.”

 

입양하시는 이들의 기분이 으쓱해질만 했다. 그리고 정 센터장은 또 한 가지 역점사업을 소개했다. 바로 ‘독거노인 결연사업’이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유기동물을 분양하고 저희 센터에서 관리하는 사업이에요. 매월 정기적으로 어르신의 댁으로 방문해 저는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미용도 해주시고 사료도 도와주시는 그런 사업이에요.”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사업이 해당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사무소에 협조 공문만이라도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지껏 별 대답이 없다고.

 

 

마지막으로 정 센터장은 소망을 하나 이야기했다.

 

“늑대의 정충을 가지고 있는 곳이 미국, 러시아 등 몇 군데 없어요. 제가 아시아 최초로 늑대의 정충을 해동까지 성공을 했거든요. 이 정충을 이용해서 우리나라에 ‘울프파크’를 만들고 싶어요. 멸종된 한국 늑대를 복원하는 게 제 꿈이죠.”

 

동물보호센터와 울프파크는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정 센터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살 만큼 돈은 벌었어요. 지금부터는 이곳에서 유기동물들을 보살피면서 늑대복원 사업에 힘쓰고 싶어요. 유기동물도 살리고 늑대도 살리고… 저한테는 청주센터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에요.”

이진주 기자 pearl@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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