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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노트펫] 밤은 원래 평온하게 내려앉았다가 아침 햇빛에 지워지고 마는 것이었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밤공기에는 낮에 떠돌던 불안과 초조가 섞이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한 채, 어째서 밤의 고요를 견딜 수 없는 것인지 고민했다.

 

괴롭지만 견뎌야 하는 것들, 나아가야 하는데 제자리만 헤매고 있는 것에 대한 자책, 어째서 더 잘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 그런 것들이 앞다투어 말을 걸어왔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채찍질을 피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되레 그렇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나를 잣대에 대어 비교하고, 모두의 속도와 흐름에서 혼자 뒤처지고 있는 것만 같은 불안은 쉽사리 나를 떠나지 않는다.

 

해답이 간단하다는 건 알고 있다. 나의 방향과 속도를 믿고 남들이 뭘 하든 느긋하게, 길이 헷갈리면 되돌아가기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잠시 눈을 감고 오후의 낮잠이라도 자버리는 것.

 

잠결에 몸 위로 덮이는 햇빛을 느껴보면 더더욱 좋으리라는 것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역시 생각대로만 잘 되지 않으니 사람이다.

 

쉼표를 찍는 게 더 어렵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도리어 괴로운 때도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달리라는 청춘에 대한 조언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떤 순간에는 그저 잠시 멈춰서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억지로 기운 낼 필요 없이, 일부러 더운 바람을 불어넣어 느긋할 필요도 없이, 그냥 천천히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우뚝 서서 무거운 걸음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동안에, 어둠 속에서 문득 내 앞에 놓인 길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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