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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마음 빼앗은 '자유로운 영혼' 쑨도르

말문만 터지면 참 할 말이 많을듯.  

 

[노트펫] 대구시 수성구에 자리잡은 한 동물병원. 오후 6시가 되자 익숙한 듯이 고양이 한 녀석이 병원에 들어선다.

 

얼핏 벵갈고양이처럼 보이는 무늬를 하고 있고, 군살 없이 몸무게만 무려 7킬로그램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녀석이다.

 

특히 이 녀석은 고양이 답지 않은 큰 머리를 하고 있어 보스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개로 치자면 코카 스패니얼과 비슷한 덩치의 이 녀석. 쑨도르다.

 

쑨도르의 자리는 강아지 울타리. 

 

"템테!" 병원 직원들이 부르는 소리에 쑨도르 살짝은 귀찮은 듯 다가온다. 자기의 이름보다 간식 브랜드를 줄여 부르는 이 말에 더 세게 반응한다.

 

종종 밖에서는 쑨도르라는 이름보다 '템테'라고 불러줘야 모습을 드내기도 한다.

 

쑨도르의 본명은 순돌이다. 행동에 맞게 종합격투기 선수 표도르를 떠올리면서 강하게 바꿔 줬다.

 

쑨도르의 머리가 얼마나 크냐면요. 

 

지난해 2월 이 병원에 왔다. 대략 지금 나이는 3살 정도로 추정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살없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면서 병원 내 식구들의 군기를 잡는다.

 

체구가 현격히 차이나는 다른 고양이들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나마 자기와 덩치가 맞는 개들이 다가와야 반응을 보인다.

 

 

개들과 대적해도 절대 지는 법이 없다.

 

진돗개 앞에서도 절대 쫄지 않는다. 최소 이 녀석과 비슷한 덩치의 개 3마리가 포위하고 앞발로 쳐대도 맞받아친다.

 

가끔은 바닥에 누워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운 자세로 대적해준다. 덩치가 작은 개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준다.

 

2015년 겨울 처음 만났을 때의 쑨도르. 

 

"처음엔 당연히 입양을 보내려고 했죠. 그런데 쑨도르가 워낙 바깥생활을 좋아하는 것같아 입양에는 실패했답니다."

 

위풍당당 쑨도르에 푹 빠진 이 병원 이유경 원장의 말이다.

 

쑨도르는 병원에 온 이후 몇개월간은 비교적 잠자코 지냈다. 그러다 어느날 부터인가 바깥을 탐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무슨 사고가 날 지 모르기에 처음에는 가둬도 보고, 집도 지어줘 봤다.

 

문 여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그런데 도통 말릴 수가 없었다. 창문은 물론이고 미는 문이라는 문은 다 열 수 있고 심지어 돌리는 문도 문제가 없었다.

 

결국 다른 고양이들마저 나가서 위험해질 수 있어 이 녀석에게는 특별히, 사실 어쩔 수 없이 예외를 적용해 주기로 했다.

 

"이름표도 두 개나 착용시켜줬고, 살펴보니 병원 담벼락과 지붕, 그리고 뒷집 마당 정도만 왔다갔다하더라구요. 병원에서만 지내주길 바라지만 이 녀석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었죠."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가 되면 어슬렁어슬렁 병원으로 귀가한다.

 

 

마치 낮동안 볼일을 보고 오늘 가게는 잘 돌아갔는지 살펴보는 주인과 비슷하다고 할까.

 

냉장고와 약제실을 둘러보고, 정수기에서 여유롭게 물을 빼먹으며, 병원에서 함께 사는 개들과 고양이들은 잘 있었는지 둘러보는게 일상이다.

 

물론 힘이 약한(?) 개들을 위해 기꺼이 놀아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경찰관으로 분한 쑨도르. 

 

"쑨도르는 자유로운 영혼이죠. 다행히 저녁 진료 끝나고 병원 강아지들이 마당에 풀리는 저녁 시간에 칼같이 퇴근하니 고마울 따름이죠. 다쳐서 들어온 길고양이 한마리가 이렇게 병원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엔돌핀이 될줄 몰랐어요."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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