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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도시의 이웃이 동화 속 주민처럼 보이는 날

 

 

아파트 단지에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모처럼 맑았다.

 

앞쪽에서 강아지와 함께 걸어오던 커플 혹은 부부가, 왠지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렸다.

 

“쟤는 사람은 신경도 안 쓰네. 자리 좋아 보인다.”

 

몇 번인가 뒤를 돌아보며 두 사람이 꺄르르 웃고 지나갔다.

 

뭐가 있나 하고 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치즈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바위는 단지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것이라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 길을 지나다닌다.

 

고양이는 마치 원래 거기가 자기가 있을 곳인 것처럼 태연히 누워 햇빛에 몸을 구웠다.

 

 

그때 이번에는 내 아빠뻘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흘깃 고양이를 보더니, 그 무뚝뚝한 얼굴에서 갑자기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기야, 저녁은 먹었어? 요즘에 얼굴이 좋아 보이네~”

 

치즈 고양이를 향한 갑작스러운 반전 어투에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기며 주섬주섬 가방 안의 고양이 간식을 챙겼다.

 

그저 고양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고양이를 일상의 작은 이웃으로 여겨주면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도 어쩐지 동화 속 동네 같은 분위기가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모두 말없이 지나치는 동네 주민들이지만, 동네 길고양이에게 한 마디씩 건네니 왠지 서로가 한 뼘 정도 친근해지는 것 같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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