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짧은 고양이는 언제 덮쳐 올지 모르는 파도를 향해 경계심을 잔뜩 곤두세운 채로 걸었다. 몸을 낮추고 바다 가까이로 다가갔다가, 파도가 갑자기 거세지면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다.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맑고 깊어서 두렵기까지 한 그곳에서 무엇을 디디고 서 있는 걸까. 거칠게 깎여나간 돌벽 틈으로 능숙하게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자신이 가꿔놓은 어떠한 삶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기세가 분명한 파도를 앞에 둔 고양이의 태도는 의연했다. 뭉툭한 꼬리처럼 절망을 수없이 겪고 뭉툭해진 듯한 강함이었다. 절망을 배우지 못하면 쉽게 좌절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가까이 있는 삶은 어쩔 수 없이 단단한 것이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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