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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다가갈까 말까

 

[노트펫] 해운대의 아침 바다는 눈부신 빛의 입자를 한 움큼 집어 아끼지 않고 사방에 듬뿍 뿌려둔 것처럼 정신없이 빛나고 있었다. 성수기가 아닌데다가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고 인적 없는 여행지는 왠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 때가 있는데, 똑같이 인적이 없어도 하루가 시작하는 시간은 그저 청결한 기분이 들 뿐이라는 게 신기하다.

 

그 와중에 문득 움직임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나무 뒤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더 가까이 올까 말까 망설이는 듯한 몸짓에 그저 귀여운 아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굴에는 지친 듯한 삶의 무게가 다소 묻어 있었다.

 

그래도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는지, 고양이는 한참 동안 나무 뒤편에서 이른 아침 바다의 여행자를 살폈다.

 

‘나 말야? 그게, 지금 샌드위치를 먹으러 가는 참이었는데…….’

 

나는 눈빛에 못 이겨 묻지도 않은 내 일정을 털어놓았다.

 

만남이 잠깐 반짝인 뒤 모든 건 아무렇지 않게 이어진다. 배경으로는 갈매기들이 빼곡하게 날고, 아기 고양이는 평범하게 엄마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일상은 어쨌든,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변하지 않는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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