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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복슬복슬한 금요일의 행복

[노트펫] 얼마 전 미국인 부부의 저녁 초대를 받아 즐거운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부부는 우리 가족을 위해 저녁식사는 물론 미국 특유의 맛있는 디저트와 동유럽의 과자까지 준비해 주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미국 가정에서 미국 가정식 저녁 식사를 즐긴 뜻 깊은 자리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의 주인공은 식사를 준비한 미국인이나 손님으로 초청된 한국인들이 아니었다. 그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었다. 고양이들의 장난과 애교에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은 모두 넋을 놓고 말았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낯선 이에게 다가오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처음 30여 분 동안은 손님 근처에도 오지 않던 고양이들이 그 이후부터는 대담하게 손님 옆에 앉거나, 몸을 먼저 비비면서 같이 놀라달라고 보챘다.

 

아이들이 고양이들과 열심히 노는 사이, 미국인 부부에게 그 고양이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런 대화에서 시작은 대부분 상대의 고양이에 대한 칭찬이다. 참고로 미국인들은 그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칭찬하면 마치 자식을 칭찬하는 것처럼 좋아한다. 그리고 의례적인 대화 후에 본격적인 질문이 오가기 마련이다.

 

먼저 어디서 고양이들을 데리고 왔는지 물어 보았다. 그 부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두 마리 모두 펫숍(pet shop)에서 구입한 게 아니라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고양이들이 모두 순종이어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였을 것이라고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나 고양이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보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덧붙여 자신들의 주변에는 그렇게 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많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고양이들을 보니 한때 그 고양이들이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고양이들에게는 아무런 마음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그 고양이들을 입양해서 잘 살펴준 그 부부의 사랑이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살짜리 큰 고양이는 비교적 점잖은 편이었지만, 6개월 밖에 안 된 어린 고양이는 장난이 무척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주인을 곧잘 할퀴고 물기도 하였다. 남편 되는 분은 고양이가 할퀸 손을 보여주면서 영광의 상처라고 자랑까지 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부정기적으로 금요일이 되면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는 작은 행사가 열리곤 한다. 몇 달 전에도 이런 행사가 열렸다. 행사 제목은 “Furry Friday”로 우리말로는 “복슬복슬한 금요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는 “Furry Friday” 행사 포스터. 2017년 11월 촬영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개나 고양이가 털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furry(복슬복슬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제목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정 복슬복슬한 존재는 개나 고양이가 아닌 그 행사에 참가하여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분들일 것이다. 그 분들의 마음이야말로 복슬복슬한 털을 많이 가진 것처럼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세상에 많다면 유기된 개나 고양이들은 포스터에 적힌 것처럼 새로운 삶의 기회인 “Second Chance”를 가지면서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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