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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쌤의 수의학 이야기] 집단자살 오명 뒤집어쓴 레밍

 

[노트펫] 지난해 한 도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을 레밍(lemming) 같다고 비유한 발언이 보도되며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레밍은 ‘집단 자살 설치류’로도 알려진 나그네쥐인데요.

 

이들은 북유럽, 북아메리카 등 주로 추운 기후 즉, 툰드라 지대에 살며 집단행동을 하는데 종종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는 특이한 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레밍은 정말로 ‘자살’하는 걸까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사회학의 대가 에밀 뒤르켐은 저서 <자살론>에서 사람의 자살과 같은 행동은 단순한 개인적 행위로 치부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 세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즉 사회적 사실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주장을 펼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뒤르켐은 여기서 사회적 힘이 자살률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습니다. 각 개개인이 속한 사회 집단에 강하게 통합되어, 사회적인 규범의 규제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는데요.

 

레밍은 어떨까요? 물론 동물의 경우 현재까지는 동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영향을 통계적·과학적으로 관찰하기란 대단히 어렵지만, 이전까지 레밍이 ‘집단 자살을 한다’고 알려진 바와 달리 일련의 연구들을 보면 레밍들이 바다에 뛰어드는 이유 역시 단순한 군중심리 때문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학에서는 레밍이 ‘자살을 한다’고 이해하기보다는, 동물 개체수의 주기적 변동(Cyclical Fluctuations)에 의한 작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설치류들은 번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몇 년 마다 개체수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포식자의 위협에 시달리고 서식지의 음식과 거처가 모자라게 되면, 레밍들은 몇 개의 큰 집단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져 새로운 서식지를 찾으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때 레밍 무리들은 물에서도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동 중에 물가를 만나면 헤엄쳐 건너서라도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나서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불운하게도 물가의 너비를 잘못 판단할 경우 헤엄을 치다가 힘이 빠져서 무리가 익사하게 되는 일도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몇 가지 다른 가설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와 같은 이론이 학계에서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레밍들이 바다에 뛰어드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살고 싶기 때문인 셈이지요.

 

군중심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비유의 대상으로 흔히 등장하기도 하는 레밍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동물들의 사투를 우리가 가볍게 넘겨짚고 오해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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