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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숨 헐떡이는 고양이, 조금 더 미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걸까 ⓵

 

 

제이가 어딘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건 작년 겨울 어느 날이었다.

 

이미 밤이 늦은 시간, 나는 바쁜 걸음으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고양이 제이는 이동장 안에서 냐앙- 냐양 하고 울고 있었다. 단지 내 동물병원이지만 다행히 병원은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 고양이가 숨 쉬는 게 이상해서요……"

 

들어가자마자 조용한 병원에서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하고선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렸다. 제이의 눈은 동그랗게 커진 채였다.

 

진료실에 들어가 수의사 선생님에게 제이를 내밀자 호흡이 가쁘게 들락날락하는 배 모양을 잠시 살펴보더니 검사가 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처치실로 들어가 각종 검사를 받는 동안에, 무슨 검사 때문에 옆구리의 털을 조금 깎아야 한다며 보호자의 동의를 구했다.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털을 깎는 게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제이 예쁜 털, 아까운 고운 털.

 

알고 보면 별 거 아닐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달려왔는데, 털까지 깎아 검사한다고 하니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불길함도 조금씩 몰려왔다.

 

아까부터 마음속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던 돌 하나가 돌멩이가 아니라 바윗덩어리라는 것이 확정되는 느낌이었다.

 

 

한참 기다리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또 기다리고, 결국 검사가 끝난 건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하지만 끝내 퇴원하지 못하고 제이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제이가 숨을 좀 빠르게 쉬는 것 같다고 느낀 건 2, 3일 전이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마치 한참 낚싯대 놀이를 하고 뛰어다닌 다음에 숨을 헐떡이는 것처럼 배가 빠르게 들락날락 움직였다.

 

그때 왜 바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새해 첫날, 아침 무렵까지도 밥을 잘 먹었던 제이가 갑자기 저녁밥에 입만 대고는 먹지 않고 돌아설 때에서야 나는 덜컥 하는 마음에 밤 10시에 제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생각해보면 2, 3일 전 호흡이 빨라졌을 때 알아채야 했던 게 아니었다.

 

밥 먹을 때가 되면 항상 급한 마음에 사료통이 있는 싱크대 위로 뛰어 오르곤 했던 제이가 뛰어 오르지 않았을 때, 쉴 새 없이 하던 그루밍이 왠지 좀 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둘째 고양이 아리가 들어오고 나서는 늘 식탐을 부리던 제이가 언젠가부터 사료를 서너 알씩 남기곤 했을 때,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고양이가 아픈 것을 티내지 않고 숨기는 동물이라는 것을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었다. 어딘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적에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야생동물의 본능 탓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양이는 집에서 더욱 예민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양이를 키우며 수없이 듣고 했던 말인데, 왜 내 고양이가 아픈 걸 나는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 모든 사소한 신호, 혹은 전조가 되었을 작은 순간들을 왜 모두 일일이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그날 동물병원에서는 심장병부터 거대식도증, 복막염까지 다양한 병명이 짐작으로만 오르내렸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 비용이 40만 원이 넘게 나왔지만 엑스레이에 찍혀 있는 몸속 하얀 덩어리의 정체는 결국 알아낼 수 없었다.

 

깨끗하게 보여야 하는 폐가 뿌옇게 차 있고, 하얀 덩어리가 심장을 가리고 있어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도 심장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새벽 1시까지 진행된 검사에서 나온 결과였다.

 

"아…… 이 하얀 부분이 뭔지 통 모르겠네요"하는 선생님의 말에, 선생님이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아는 건지 초조했다. 일단 가쁜 호흡은 폐에 차 있는 흉수 때문으로 보여 주사기로 흉수를 뽑았고, 그러고 나서 다시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폐가 그나마 조금 깨끗해져 보였다.

 

"보호자가 원한다면 다른 병원에서 CT를 찍어봐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제이를 산소방에 입원시켜야 했다.

 

낯선 곳에서 자야 하는 제이에게 인사를 하려고 다가가자, 내내 피 뽑고 사진 찍는 등 검사로 피곤한 와중에도 나한테 한 걸음 다가와 할 말이 있는 듯 얼굴을 유리 문 쪽으로 내밀었다. 차마 그 앞에 더 서 있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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