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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의 기호식품, 깻잎 아니고 캣닢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집에서는 15년 동안 강아지를 키웠다.

 

가족들 모두 동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고양이는 실제로 키워본 적이 없다 보니 고양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많았다.

 

결혼 후 나는 신혼집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고, 가끔 카톡으로 우리 집 고양이들 안부를 챙기곤 하던 남동생이 어느 날 문득 물었다.

 

“누나, 고양이는 왜 깻잎을 좋아해?”

 

고양이에 대한 웬만한 질문에는 막힘없이 술술 답해주던 나의 머릿속에 순간 물음표가 세 개쯤 동동 떠다녔다.

 

 

왜 고양이가 깻잎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동생의 질문을 같이 듣고 잠시 당황하던 나와 신랑은 동시에 ‘아..!’ 하고 깨달았다.

 

깻잎이 아니라, 캣닢!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동생을 두고 우린 둘이서만 꺄르르 즐거워하며 두고두고 놀림거리로 삼았다.

 

발음은 좀 비슷하지만 고양이는 깻잎이 아니라 보통 캣닢을 좋아한다.

 

비슷한 것으로는 마따따비가 있다.

 

 

막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초보 집사들이 필요한 용품을 구비하러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이건 어디다 쓰는 거지?’ 하고 의아해하는 품목 중 하나일 것이다.

 

캣닢은 더 알기 쉽게 말하면 ‘개박하’라는 일종의 허브다.

 

고양이가 좋아한다고 하여 캣닢이라고 부르는데, 집사들 사이에선 고양이 마약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캣닢을 뿌려주면 고양이들은 마구 뒹굴고 침을 흘리며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좋아하지만, 실제로 중독성이 있거나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 15분가량 지나면 저절로 약빨(?)이 떨어지며,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을 넘어가면 점차 무덤덤해질 수 있으니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캣닢 자체만으로도 세상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장난감 안에 캣닢을 넣어 많이 활용하기도 하고,

 

스크래처나 하우스 등 큰맘 먹고 비싼 걸 사왔더니 영 관심이 없다 싶을 때 유혹하기 위해 슬쩍 뿌려주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식욕이 떨어졌거나 예민해졌을 때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나의 첫 고양이 제이가 약 생후 6개월쯤 되었을 때, 뭘 샀다가 사은품으로 캣닢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른 잎 부스러기처럼 생긴 그걸 스크래처 위에 살살 뿌려줘 보았다.

 

마약이라고 불릴 정도면 과연 얼마나 좋아할지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았지만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난감 사냥할 때는 거의 공중으로 날아다니면서, 캣닢에는 이토록 무반응이라니.

 

생후 6개월 이전의 어린 고양이들은 캣닢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성묘 중에서도 일부는 그렇다고 한다.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캣닢에 반응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들마다 취향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우리 집에서 캣닢은 찬장 안에 영원히 봉인되는 듯했다.

 

그 후 둘째 아리를 입양하고 나서 불현듯 캣닢 생각이 났다.

 

혹시나 해서 아리에게 캣닢을 뿌려주고 살살 반응을 지켜보는데 웬걸, 옆에서 냄새를 맡아보더니 제이가 먼저 발라당 몸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랬다. 과거의 제이는 캣닢에 취하는 유전자를 빼놓고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어려서 반응이 없었던 것이었다!

 

제이와 아리는 바닥에 깔린 캣닢 위에서 몸을 발라당 뒤집고 부비며 즐거워했다.

 

 

가끔은 고양이들에게도 기호식품이 필요하지 않을까?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지만 있으면 잠시나마 마음껏 행복해지는 그런 것.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맥주를 홀짝거리는 밤에, 가끔은 거실이 어질러져도 캣닢 타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들이 몸을 부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나에게 또 기분 좋은 힐링이 되어준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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