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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지진이 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하지?

[노트펫]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휴전 상황에 대해서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번도 실감해본 적 없던 전쟁이 갑자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와 닿았다.

 

나에게는 마치 영화처럼 막연한 전쟁 장면을 상상하면서 함께 떠오른 건 당시 키우고 있던 반려견이었다. 만약 전쟁이 나면 강아지는 어떻게 하지? 내 한 몸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반려견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지켜야 할 대상이 있으면 더 강해진다지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해가 닥친다면 내 의지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수업을 듣고 난 뒤 한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었고, 그러면서 나를 낳고 기른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했다.

 

결국 강아지는 평화로운 일생을 보낸 뒤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지금 내 곁에는 또 아직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머무르고 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재해를 대비하는 매뉴얼이나 대책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믿어왔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포항 지진이 일어나며 대피소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이 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피소는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 집에 두고 혼자 대피할 수가 없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괴로운 일이다. 위생 면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시스템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대피소에서는 반려동물을 타 지역의 지인에게 맡기거나, 호텔링이 가능한 동물병원에 맡기기를 권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보니 반려동물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피 방법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결국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럴 바에는 대피를 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많다.

 

안전지대인 줄로만 알았던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의 큰 지진이 일어나다 보니, 요즘은 잠이 들기 전에 자꾸만 비상시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게 된다. 만약 고양이들끼리 집에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집에 사료는 있지만 큰 통에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다. 물그릇은 기껏해야 하루, 이틀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사이즈다.

 

떨어져 내릴 법한 위험한 물건은 많지 않지만 당장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들만 두고 대피하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문을 열어주고 나오라던데, 그럼 그대로 영영 생이별하면 어쩌나?  

 

 

얼마 전 포항 지진 때 내가 있는 경기도에서는 정말 집중해야만 알 수 있을 만큼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고양이들은 꿀잠에 빠져 있느라 감지하지도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큰 소리가 나거나 큰 진동이 느껴진다면 고양이들은 구석으로 숨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침대 밑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린 고양이는 어떻게 꺼내서 이동장에 넣을 수 있을까? 흥분 상태의 고양이를 케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모든 것이 막연하기만 해서 나는 머릿속으로만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다가 지진이 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잠이 든다.

 

물론 사람을 위한 대피소도 완벽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동물까지 수용해달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으로 함께해온 반려동물을 위기 상황이라고 하여 버릴 수 있을까?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사람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다. 적어도 일부 대피소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도록 하여 미리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물론 대피소 반려동물 동반에 대한 양쪽 의견이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반려동물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방침이 필요할 것 같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겠지만, 더불어 더 이상 지진 등의 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더욱 간절히 기원해본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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