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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km 허리케인에도 버티는 도마뱀..비결은

 

[양병찬 과학번역가] 카리브해 연안의 악천후에서 살아남은 생물을 통해,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연선택을 실감하다!

 

열광적인 진화론자가 보내준 마다가스카르산 난초를 봤을 때, 찰스 다윈은 "꽃의 기다란 관 속에 있는 꿀을 빨아먹기 위해, 40cm에 달하는 기다란 주둥이를 가진 꽃가루 매개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주인공인 모건 스핑크스(Morgan’s sphinx)라는 나방은, 다윈이 죽은 후 약 20년 후 발견되어 다윈의 예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출처: 브라이언 콕스, 『경이로운 생명』, pp. 228-229).

 

 

그것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evolution by natural selection)를 증명한 위대한 사건 중 하나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선택을 행하고 있는 자연선택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윈의 예측보다 훨씬 더 어려우며, 운(運)도 따라야 한다(참고 1).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콜린 도니휴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카리브해 연안의 턱스와 카이코스라는 두 개의 작은 섬에서 아놀도마뱀(Anolis scriptus)을 관찰하고 돌아온 후,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먼저 동영상을 감상하기 바란다.

 

 

동영상 속의 도마뱀은 과학을 위해 뛰어오르려고 몸부림치는 중이다. 음, 뛰어오르기는커녕, 결국에는 추락하여 만신창이가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의 추락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해결하려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허리케인이 자연선택을 추동할 수 있을까?"

 

허리케인의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어쩌면 너무 파괴적이어서 진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파괴해 버리는 허리케인 속에서는, 특이적인 속성(형질)보다 무작위성(randomness)이 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다.

 

물론 '허리케인이 자연선택을 추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 과학자들도 있지만, 그 내용을 논문이나 보고서로 발표한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카리브해 연안에서 아놀도마뱀(Anole lizard)을 측정하던 한 연구팀이 뜻밖의 횡재를 했다. 그들은 허리케인 이르마(Irma)와 마리아(Maria)가 들이닥치기 불과 며칠 전, 턱스(Turks)와 케이코스(Caicos)라는 두 개의 작은 섬에 서식하는 도마뱀들을 조사했다.

 

시속 200km를 넘는 풍속은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모든 식생을 거덜 내 버렸다. 그러나 섬 전체가 초토화된 후, 과학자들은 희귀한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허리케인이 도마뱀 개체군에게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섬에 돌아와, 살아남은 도마뱀들을 측정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역전의 용사들은 불귀의 객이 된 동료들보다 평균적으로 '커다란 발가락 패드(toepad)'와 '짧은 넙다리뼈(femur)'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또한 살아남은 수컷들은 작은 체구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추론했다. "발가락 패드, 넙다리뼈, 체구의 작은 차이가 도마뱀으로 하여금 강풍을 견뎌내게 했구나." 그러나 어떻게?

 

음, 이 동영상의 첫 번째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것은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수행한 테스트를 촬영한 것인데, 도마뱀 한 마리가 바람에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 그물(net) 위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실험에서 허리케인의 역할을 한 것은 잎청소기(leaf blower)인데, 연구팀은 그 간단한 실험을 통해 "도마뱀이 강풍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마뱀의 자세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앞발을 보자. 나뭇가지 위에 머물기 위해, 앞발을 몸에 바짝 붙인 채 바람을 견뎌내지 않는가! 이번에는 뒷발을 보라. 나뭇가지에서 뒷발을 뗀 채 바람에 몸을 맡기지 않는가, 앞발로 움켜잡고 있던 나뭇가지를 놓치는 순간까지!

 

연구팀의 설명을 들어보자. "넙다리뼈가 짧고 체구가 작을수록,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기 쉽다. 또한 발가락 패드는 미세한 능선(ridge)들로 뒤덮여 있는데, 패드가 클수록 능선이 많아지므로 나뭇가지를 움켜쥐기에 유리하다."

 

연구팀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추측(speculation)이지만,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살아남은 도마뱀의 사양(스펙) 차이를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허리케인이 선택압(selection pressure)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즉, 허리케인은 저항적 형질(resistant trait)을 가진 도마뱀을 선호할 것이다. 만약 그런 형질이 개체군 중에 존재한다면, 진화를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조목조목 검토하고 분석하면, 자연보호자들이 '생태계가 극단적인 기상사건(weather event)에 적응하는 과정'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계속됨에 따라 극단적인 기상사건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작은 도마뱀들이 진화생물학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기로 하자.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핀치(아래 동영상 참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821-7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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