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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 현장 가보니

이름 없는 유기견이 '또또'가 되어 떠나는 곳

유기견과 산책‧입양 상담 가능, 10월까지 운영

 

 

"어머, 강아지네?" "여기서 강아지랑 뭐하는 거예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정오가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 현수막 간판이 걸린 파란 천막 안에는 푸들, 포메라니안, 말티즈, 진도개 등 강아지 일곱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산책에 앞서 들뜬 모습으로 우리장 안에 있는 녀석들은 모두 유기견. 지난달 23일부터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화‧금요일) 유기견과 공원 산책을 원하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가 작년부터 시행 중인 '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은 일반 시민이 유기견과 산책하며 교감을 나누고 입양을 상담하는 행사다.

 

시는 지난해 유기견 산책이 평일에만 열려 직장인과 학생이 이용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 올해는 4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평일과 주말 모두 진행하도록 했다.

 

"저 강아지들과 산책해 봐도 될까요?" 인근에 거주하는 이영주 씨가 지나가는 길에 천막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씨는 자원활동가 김은하 씨와 두 갈래로 나뉜 목줄을 하나씩 잡고 300~400m가량 되는 산책로를 여섯 살 된 푸들과 함께 산책했다.

 

"아이들을 만질 때는 주먹을 쥐고 코에 대서 냄새를 맡게 한 후에 그 상태로 만져 주세요. 손바닥을 쫙 펼치면 물 수도 있거든요."

 

활동가는 산책에 나서기 전 참가자에게 강아지와의 인사법을 일러주고 함께 산책에 나서는 등 보호자 역할을 맡는다.

 

이영주 씨가 김은하 활동가와 함께 푸들을 산책시키는 모습.

 

 

이미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는 이 씨는 "사실 산책 한 번으로 입양을 결정하긴 어렵겠지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곳에서 인연이 닿은 아이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후 12시 30분이 넘어가자 천막 안은 더욱 북적거렸다. 점심을 먹은 직장인이 합류하면서 산책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그냥 강아지를 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직장동료와 함께 산책 행사에 참여한 이가은 씨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자체도 좋지만, 사실 유기견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게 뜻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기동물이 많다고는 하지만 사실 TV 뉴스에만 등장할 뿐 실제로 볼 일이 없었는데 오늘 보니 '대체 왜 버렸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예뻤어요"라며, "자취 중이라 거처가 마련되면 강아지를 입양할 계획인데, 이곳을 기억해 뒀다가 다시 오려고요"라고 약속했다.

 

직장동료들과 산책 행사에 참여한 이가은 씨.

 

자원활동가 한 명이 행사 당일 강아지 한 마리의 보호자가 된다.

 

매회 산책 행사에 참여하는 유기견은 10여 마리로 사전에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을 모두 마친다.

 

중성화 수술도 돼 있는 경우가 많고, 만약 수술 전 강아지를 입양할 시 무상으로 지원된다. 다만 입양할 경우 책임 입양비 10만원을 해당 시민단체에 기부(유기동물 구조 및 치료로 쓰임)해야 한다.

 

이날 산책 행사에 나온 유기견 가운데는 새 주인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견공도 있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정지운 씨는 두 살 된 말티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정 씨는 "어머니가 갱년기라 강아지를 들일 계획이었는데 마침 SNS에서 유기견 산책 행사를 한다는 걸 보게 됐어요"라며 "가볍게 행사에 참여할 생각이었는데 와서 보니 아이들이 예쁘고 착해요"라고 말했다.

 

지난주 입양 상담을 마친 정 씨는 이날 케이지를 준비해 와 말티즈를 가족으로 맞았다.

 

이름이 없어 그저 견종 이름인 '말티즈'로 불리던 이 강아지에게 정 씨는 '또또'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 운영을 맡은 시민단체 (사)위드햅 김진 대표는 "여기 나온 유기견은 이미 공고 기간이 지난 아이들로 원래대로면 안락사를 당했을 것이다. 마포구의 여러 동물병원에서 그 아이들을 죽이는 대신 돌봐주고 있고, 이런 행사를 통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는 16마리의 유기견이 입양됐는데 올해도 반응이 뜨거운 만큼 더 많은 강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곳 경의선숲길에서 열리는 유기견 산책 행사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되지만, 서울 장충단공원, 월드컵공원 반려견놀이터에서 열리는 유기견 산책 행사는 10월까지 이어진다.(아래 표 참조)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무관은 "이번 행사로 유기견이 더럽거나 병에 걸렸을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많은 시민이 산책도 하고 유기견을 입양해서 새 삶을 선물하는 좋은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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