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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숍 24시] 18마리 털 깎아주던 날

[노트펫] 애견 미용사가 하루에 몇 마리나 미용을 할까. 

 

우리 가게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가게문을 닫는다. 물론 호텔은 밤새 운영된다. 소형견 한 마리를 미용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정도다.

 

털을 깎는 것부터 목욕, 말리기까지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가게문을 여는 10시간을 꼬박 일한다손 쳐도 하루에 6마리 남짓이다. 계산상 6.7마리. 생명을 자를 수는 없으니 '버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식사와 휴식, 그리고 다른 일을 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미용건수는 대략 4, 5마리 정도라고 보면 맞을 것같다. 그런데 몇 년 전 여름을 코앞에 앞두고 나는 직원과 둘이서 하루에 18마리를 미용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사실 어쩔 수가 없었다. 8마리를 한꺼번이 키우는 분이 하필 그날 예약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예약된 다른 손님들을 안 받을 수 없고, 또 그분은 늦어도 상관없다고 해서 8마리를 한 번에 받았다.

 

결국 그날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내가 10마리, 직원이 8마리의 미용을 해줬다. 다음날이 쉬는 일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미용사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서서 일하고, 또 손목을 많이 쓴다. 특히 개들이 미용 중에 다치지나 않을까 미용 중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용사들은 허리와 손목, 어깨 관련 질환을 거의 직업병처럼 달고 산다. 그래서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서 바쁜 주말에 알바식으로 일하는 미용사들도 꽤된다. 

 

18마리 미용기록을 세운 그때가 애견 미용이 가장 많고 가장 바쁠 때다.  딱 요즈음이다. 사람들은 6월부터 7월까지 뜨거운 여름철을 앞두고 개들이 여름을 좀 더 수월하게 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미용을 한다.

 

요즈음 미용을 할 계획이 있다면 최소한 2, 3일 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행여 일정이 꼬이게 되면 1주 전에 예약을 하더라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한 차례 미용 예약에 실패한 보호자 중에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주 서둘러 2주 전부터 예약하겠다고 난리인 분들도 있다.

 

또 예약을 하고 미용하는 것이 더 나은 미용을 위한 팁이기도 하다. 미용사들 역시 일에 치이다보니 기계적으로 미용을 할 수 밖에 없다. 개의 모습이 여름을 나기에 괜찮아 보인다면 좀 더 시기를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장 뜨거울 때의 햇볕은 개들에게도 좋지 않다. 개들 역시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걸리기 쉬운데 털이 있는 것이 더 도움에 된다. 맨살이 드러나 피부에 내려쬐는 직사광선도 좋지 않다. 

 

그렇게 오래 미용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재미나게도 여름 미용 수요는 아직 여름이 채 끝나지 않은 광복절이 지나면 뚝 끊긴다.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같다. 한여름에 누가 밖에 돌아다니고 싶을까, 그리고 어차피 가을도 머지 않았는데 좀 더 버티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할 법하다. 그래서 미용사들의 여름 휴가는 광복절 이후가 된다.  [글쓴이/ 전광식 전 하안애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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