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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애견인이었다가 고양이 집사가 된 자유기고가 루시 맹건의 고백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실었다.

 

루시는 최근 인디아 나이트의 신간 “반려견의 좋은 점”을 읽고, 자신이 더 이상 애견인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루시는 어린 시절 토끼 한 마리를 키운 경험이 전부였다. 그래서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꿈이었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반려견의 사랑을 받는 것이 단 하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다는 것은 루시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시간은 부족해지고, 집은 좁아졌고, 근무시간은 길어졌고, 감정은 메말라갔고, 성질은 괴팍해졌다.

 

루시는 제한된 자원을 아껴야 한단 현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서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반려견 찾는 일을 그만뒀다.

 

루시는 돌보기 편한 반려동물을 찾기 시작했다. 즉 고양이 2마리의 집사가 된 것이다. 고양이는 반려견처럼 충성심과 절대적인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루시에게 딱 맞는 반려동물이었다.

 

자유기고가인 루시는 하루 종일 집안에서 글을 쓰면서 밥벌이를 했다. 고양이는 그녀를 자유롭게 내버려뒀다. 그러면서도 집안에 루시 이외에 존재가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줬다.

 

반려견처럼 강한 유대감과 사랑을 나눌 순 없지만, 말 그대로 동거인의 우정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애견인이 반려견을 사랑하듯 고양이에게 사랑을 주진 못하지만, 고양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루시가 버거워할 사랑과 관심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사랑 대신에 자유를 준다. 오직 사료 봉지를 뜯거나, 간식 캔을 열 때만 고양이는 주인에게 관심을 준다. 그 대가로 주인은 고양이의 시중을 드는 집사가 된다.

 

주인도 고양이에게 사랑 대신에 질투를 느낀다. 고양이를 보며 하루에 23시간 자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 한다. 책임질 일 없이 즐거운 일을 찾아다니면서, 순수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워한다.

 

고양이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실현한 화신이다. 집사는 고양이를 보면서, 언젠간 나도 저렇게 살 수 있겠지 기대하고 바란다.

 

애묘인은 나쁜 사람들인 반면, 애견인은 좋은 사람들이다. 고양이 집사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갈수록 지치는 데 반해, 애견인은 어떻게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사랑해주는지 궁금할 뿐이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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